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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4월 16일 15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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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이 편지에서 "저에게 인터뷰 기회를 주신 것 너무도 감사"하다고 서두를 뗀 뒤 지난 15일자 지면에서 "盧武鉉대통령 이름이 慮武鉉으로 되어 있어 여러 군데서 항의가 왔다"고 전하고 "慮가 생각려자이니, '무현을 생각하며'로 해석하면 될 것 아니냐고 했으나 그런 죠크가 통하지 않더라"고 호소했다. 그런뒤 "저 같은 소인이 이렇게 골치 아픈데 노대통령님은 얼마나 골치 아프실까, 동병상련의 정이 끓습니다"라고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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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제 붓이 노대통령님께 조금의 보탬이라도 되었다면 기자생활 최대의 보람사로 기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정잡배들의 쇄설에 괘념치 마시고 대상(大象)을 집하는 성군(聖君)이 되시옵소서"라고 글을 맺었다.
주)김용옥씨의 글 중, 쇄설(瑣說)은 부스러기 '쇄(瑣)'자로 사람들이 떠드는 모습을 뜻하며, 大象은 노자 도덕경 35장에 나오는 '執大象天下往(큰 모습을 잡고 있으면 천하가 움직입니다)의 인용이다.
최건일 동아닷컴기자 gaegoo99@donga.com
▼다음은 기사전문▼
노무현대통령님께
저에게 인터뷰의 기회를 주신 것 너무도 감사합니다. 15일자로 나간 기사, 우리 국민의 노무현관을 새롭게 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집대상천하왕’(執大象天下往)이라고 책갈피에 쓴 이름이 여무현(慮武鉉)으로 되어있어 여러 군데서 신문사로 항의가 온 모양입니다. 여(慮)가 생각려자이니, “무현을 생각하며”로 해석하면 될 것 아니냐고 했더니 그런 죠크가 안 통하는 사회더군요. 정정기사가 나가야한다고 하더군요. 저 같은 소인(小人)이 이렇게 골치 아픈데 노대통령님 얼마나 골치 아프실까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정이 끓습니다.
그리고 또 책에 다시 싸인해 보내라구 해서, 그럴 것까지 있느냐 했더니, 그래도 예의를 차리는 게 좋겠다구 황열헌 편집국장이 말하더군요. 그래서 일단 써서 드린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책은 ‘여무현’으로 되어있는 것이 더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어, 다시 똑같은 글씨를 큰 서도작품으로 써보냅니다. 소인(小人)의 글씨가 마음에 드실지는 모르겠지만 걸어놓고 때때로 보시면 마음이 후련해지실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애꿎게 노무현의 노(盧) 글씨가 또 번져버렸어요.
기자생활 몇 날을 더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라 위해 봉사하는 일념으로 아직은 붓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 붓이 노대통령님께 조금의 보탬이라도 되었다면 기자생활 최대의 보람사로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라옵건대 시정잡배들의 쇄설(瑣說)에 괘념치 마시고 대상(大象)을 집(執)하는 성군(聖君)이 되시옵소서.
2003. 4. 15.
낙송재에서(于駱松齋)
도올 경상( 敬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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