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종금, CD 대량매입 정관계 로비 사용 가능성

  • 입력 2003년 4월 12일 07시 20분


‘나라종금 로비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11일 안상태(安相泰) 전 나라종금 사장이 김호준(金浩準) 전 보성그룹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의 일부를 무기명 양도성예금증서(CD)로 바꾼 사실을 확인하고 이 CD가 정관계 로비용으로 사용됐는지 조사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안 전 사장은 나라종금의 재정이 악화됐던 1999년 8월부터 2000년 4월까지 김 전 회장이 ‘공로금’ 명목으로 지급한 25억원으로 무기명 CD를 구입하거나 부동산을 구입하는 데 사용했다는 것.

검찰은 무기명 CD의 경우, 출처가 쉽게 드러나지 않아 나라종금 회생을 위한 로비 자금으로 이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조만간 안 전 사장을 상대로 CD를 구입한 경위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또 보성그룹 계열사 자금담당 이사였던 최모씨가 김 전 회장의 개인 자금을 분산 예치한 것으로 밝혀진 23개 계좌 외에 별도의 차명 계좌 10여개가 더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별도 계좌에서 출금된 자금이 로비용으로 사용됐는지 조사하고 있다.검찰은 새로 발견된 10여개의 차명 계좌가 김 전 회장의 돈이 정관계 등으로 흘러들어간 것을 밝혀주는 연결 계좌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99년 7월 최씨에게 처음 맡긴 개인 자금을 50억원가량으로 추정했으며 이후 2000년 6월까지 최씨가 관리한 차명계좌(30여개)에 입금된 돈의 누계는 200억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김 전 회장과 나라종금 전직 임원 전모씨 등을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안희정(安熙正)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과 염동연(廉東淵) 민주당 인사위원에게 각각 2억원과 5000만원을 건넬 당시 차명 계좌를 관리한 경위와 차명 계좌에서 현금을 빼낸 이유를 추궁했다.그러나 김 전 회장은 “동생의 요청으로 안씨, 염씨에게 개인 자금을 전달했으며 안 전 사장에게 건넨 돈은 ‘스카우트 비용’ 30억원 중 일부”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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