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뇌종양 딛고 소월상 수상 시인 정일근씨

  • 입력 2003년 4월 11일 21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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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활동중인 시인 정일근(鄭一根·45)씨가 제18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최근 선정됐다.

소월시문학상은 문학사상사가 소월의 시(詩)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1987년 제정한 상으로 정 시인의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 등 14편이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정씨는 “5년전인 1998년 5월 뇌종양으로 두 차례의 뇌수술을 받고 모든 것을 잃어버렸을 때 내 호주머니 속에 남은 것이 시(詩) 뿐이었다”며 “진실로 열망했던 상을 받게 돼 모든 분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고 밝혔다.정씨는 울산시내에 살다가 2001년 11월부터 울산 울주군 웅촌면 은현리 솥발산(정족산) 무제치늪 바로 아래 시골로 이사해 살고 있으며 은현리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를 30여편 발표했다.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에 대해 정씨는 “요즘의 밥상은 사각형이어서 상석(上席)이 있고 모서리에는 앉지 못하지만 둥근 모양의 두레밥상은 어머니가 자식 모두를 귀하게 키우듯 모든 사람이 둘러 앉을 수 있기에 인간의 존엄성이 담겨져 있다”고 밝혔다.

정씨는 “자연의 품속에서 시를 마음껏 쓸 수 있어 요즘 무척 행복하다”며 “앞으로도 시로 자연과 하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1958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난 정씨는 1985년 한국일보를 통해 등단해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 ‘그리운 곳으로 돌아보라’ ‘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 등 시집 7권을 펴냈다. 2001년부터 중학교 1학년 2학기 국어교과서에 그의 시 ‘바다가 보이는 교실’이 실리고 있다. 시인인 오탁번(吳鐸藩)고려대 교수는 심사평을 통해 “정 시인의 시는 쉽게 읽을 수 있고 많은 사람의 정서를 잘 담아내고 있기에 소월의 시적 영역과 맞닿아 있다”고 칭찬했다.※사진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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