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살해’ 용의자 “돈 받고 납치” 시인

  • 입력 2003년 4월 11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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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발생한 명문여대 법대생 하모씨(당시 22세·서울 강남구 삼성동) 공기총 피살사건의 핵심 용의자 2명이 중국에서 붙잡혀 국내로 송환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에 따라 사건 초기부터 관심을 끌어온 하씨의 납치살해 과정과 살해 동기, 배후인물 등 이번 사건의 전모가 발생 1년여 만에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용의자 검거 및 수사=경기지방경찰청은 지난달 25일과 28일 각각 중국 지린(吉林)성 옌지(延吉)시에서 중국 공안(경찰)에 체포된 이 사건의 핵심 용의자 김모씨(41·사채업자)와 윤모씨(42)를 11일 넘겨받아 국내로 압송해 조사했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하씨를 납치해 감금하도록 교사한 혐의로 1월 1심에서 3년6월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윤모씨(58·여)로부터 하씨를 살해하도록 사주 받았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경찰은 “이들이 윤씨로부터 5000만∼1억원을 받고 하씨를 납치한 사실은 시인하고 있으나 살인 부분에 대해서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부산지역 중견기업체 회장의 부인인 윤씨가 이종사촌 사이인 자신의 사위(30·법조인)와 하씨간의 불륜관계를 의심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윤씨는 1999년 사위와 자신의 딸(27)이 결혼한 뒤부터 하씨와의 관계를 의심해오다 2001년에는 하씨 집안으로부터 모욕죄로 고소당했다. 이후에도 심부름센터 직원과 전직 경찰관 등을 동원해 하씨와 사위를 감시하기도 했다.

경찰은 “용의자들이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범행 당시의 휴대전화 사용 명세와 계좌추적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정황증거를 확보하고 있어 조만간 범행 일체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경찰은 하씨의 사체 부검 결과 사망 추정시간이 발견되기 48시간 이내인 점으로 미뤄 하씨가 납치돼 살해되기까지 8∼9일간의 행적과 결정적인 살인 동기 및 장소를 캐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핵심 용의자인 김씨와 윤씨는 사건 발생 직후인 지난해 3월20일과 4월5일 각각 베트남과 홍콩으로 도피했다가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같은 해 10월 함께 중국으로 달아났다.

▽사건 개요=하씨는 지난해 3월6일 오전 5시37분 자신의 집 앞에서 수영장을 가다 괴한들에게 납치됐다가 열흘 뒤인 16일 경기 하남시 배알미동 검단산에서 머리에 공기총 6발을 맞고 숨진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하씨의 아파트 출입구 폐쇄회로TV에 녹화된 괴한들을 중심으로 수사를 벌여 하씨를 납치한 주범이 김씨와 윤씨라는 사실을 밝혀냈으나 이들은 이미 해외로 도주한 상태였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지시를 받고 하씨를 납치한 전모씨(24) 등과 공기총을 구입해 준 최모씨(40) 등 관련자 8명을 구속했다. 이어 주범 김씨 등에게 하씨 납치를 사주한 이 사건의 유력한 배후인물로 지목되는 법조인의 장모 윤씨를 지난해 8월20일 구속했다.

수원=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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