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大 찾아 유학생들 위로하는 쟈오동촌씨

  • 입력 2003년 3월 31일 22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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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고향 생각이 나지 않네요.”

지난달 29일 토요일 오후 경북 경산시 진량읍 대구대 캠퍼스 한쪽에서는 중국유학생을 위한 조촐한 행사가 열렸다.

부산에 있는 중국정부 총영사관의 직원 13명이 대구대에 유학 온 자국 학생들을 위해 푸짐한 점심을 준비하고 불편하고 어려운 점은 없는지를 듣는 자리를 마련한 것. 쟈오동촌(焦東村·58) 총영사가 직접 와서 유학생 90여명과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4월 말 한국 근무 4년 임기를 마치는 쟈오 총영사는 그동안 수차례 대구를 방문해 유학생을 격려했다. 중국유학생들은 그를 ‘아버지’라고 부를 정도로 유학생 사이에는 유명한 인물이 됐다. 쟈오 총영사는 이날 유학생들 앞에서 “나도 뭔가 보여주겠다”며 자신의 특기인 마술을 선보여 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다시피 했다.

유학생들은 총영사관 직원들의 정성에 전통악기 얼후(二胡)로 조국의 전통음악을 연주하고 태극권을 선보이며 답례했다. 중국유학생 대표 자오수쥔(趙樹軍·24·특수교육학과 박사과정)씨는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세심하게 배려해줘 유학생들이 마음 든든하게 여긴다”며 “한국에서의 유학생활이 보람있도록 모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영사관 직원들과 유학생들이 어울리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대구대 국제교류센터 박상룡(朴相龍) 팀장은 “총영사관 측이 유학생 입학에서부터 생활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라며 “평소에도 중국유학생들이 문제없이 생활을 잘하는지 전화를 자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유학생들은 “중국의 공무원들은 직위가 높을수록 겸손하고 소탈하다”며 총영사관 직원들을 추켜세웠다.

현재 한국에서 공부하는 중국유학생은 3300여명. 4년전에 비해 5배 가량 늘어났다. 쟈오 총영사는 “여러 분야에서 한국과 중국의 교류가 크게 늘어나는 상황을 볼 때 중국 유학생은 더 많아야 한다”며 “중국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한·중 전문가로서 두 나라를 오가며 다양한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30년 동안 세계 137개국을 다녔다는 쟈오 총영사는 “한국은 중국과 문화적 역사적으로 비슷한 측면이 많아 특히 애정이 생기는 나라”라며 “시장개방 등 빠르게 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이 놓인 상황이 쉽지는 않지만 한국과 중국이 머리를 맞대고 협력을 강화하면 두 나라가 친구처럼 발전해나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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