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광주 용봉동 장애자 정한석씨 '사랑의 집' 입주

  • 입력 2003년 3월 23일 22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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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아파트들로 가득한 광주 북구 용봉동 용봉택지지구 한 켠에는 아담하고 깔끔한 모습의 단독주택 한 채가 눈에 띈다.

올 초만 해도 거의 폐가에 가까웠던 이 집은 최근 한 달여간 끊이지 않은 사랑의 손길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 집의 주인은 지체 3급 장애자로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인 정한석(鄭漢錫·41)씨.

네 차례에 걸쳐 고관절수술을 받아 10여 년 동안 무릎관절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정씨는 홀로 대소변을 해결하기도 어려운 상황. 칠순 노모가 날품팔이로 생계를 잇고 중국동포 출신 아내는 남편과 두 아이를 돌보느라 바깥 나들이도 어려운 형편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태풍 ‘루사’에 천장이 뚫렸으나 비닐조각으로 겨우 눈비를 가리고, 하루 연탄 한 장으로 어렵게 아랫묵을 덥히면서 올 겨울을 지내 왔다.

이 들에게 거실과 부엌 목욕탕 화장실을 따로 갖춘 집에서 산다는 것은 그야말로 금 나와라 뚝딱하는 ‘도깨비방망이’가 없이는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정씨 가족의 ‘기적’은 딱한 이웃을 돕는 사업을 준비해 온 용봉동사무소(동장 김영중·金榮重)와 용봉동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김호대·金浩大)의 ‘사랑의 집짓기’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건축설계와 토목 전기 인테리어 보일러 싱크대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건축분야에 몸담아 온 자치위원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2500여 만원의 자재값에 자신들의 기술과 땀을 보태 직접 시공에 나서 12평 짜리 조립식주택을 완성해 냈다.

주민자치위는 이 집을 ‘사랑의 집 제1호’로 이름 붙여 24일 조촐한 입주식을 갖기로 했다. 기회가 닿는대로 집짓기를 더 할 계획이다.

정씨는 “자치위원을 비롯한 이웃들에게 무어라 감사의 말씀을 드릴지 모르겠다”며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고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면서 이 고마움을 되돌릴 기회를 찾겠다”고 말했다.

광주=김권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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