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동아마라톤 D-1…“길의 역사 알면 뛰는 맘 즐거워”

  • 입력 2003년 3월 14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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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은 서울의 도심을 달리는 유일한 국제 마라톤인 동아마라톤대회가 열리는 날.

직접 뛰는 선수들은 물론 집에서 TV를 통해 이들을 응원할 시민도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동아마라톤 코스의 주요 땅 이름과 길 이름을 ‘한국 땅이름학회’의 도움으로 알아본다.

▽동아일보사 앞=8000여명의 건각(健脚)들이 구름처럼 달려나갈 세종로 사거리 동아일보사 앞은 과거 ‘황토마루’라 불렸다. 중학천의 맑은 물이 흐르고 그 위로 혜정교라는 다리가 있어 정월 대보름엔 임금이 이곳에서 민정을 살피기도 했다.

▽회현동=조선조 정광필 정여창 강세황 등 현인들이 모여 살며 정담과 풍월을 나눴다고 해 회현(會賢) 또는 회동(會洞)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금도 회현동 골목길에 있는 늙은 은행나무 한 그루는 회목(會木), 정목(鄭木)이라 불린다.

▽을지로=올해 새로 코스에 편입된 을지로의 원래 이름은 구리개(銅峴)였다. 일제가 ‘구리는 누렇다. 누런 것은 황금이다’고 자의적으로 해석해 황금정(黃金町)으로 개명했다. 광복 이후 고구려의 명장 을지문덕의 성을 따 지금의 이름이 붙었다.

▽신설동=조선 세종 때의 청백리로 정승을 지낸 유관이 살았던 곳. 비만 오면 집이 새 늘 우산을 받치고 살았다 하여 ‘우산각골(雨傘閣谷)’로 불렸으나 일제가 동대문 밖의 동네를 새로 만든다는 뜻에서 신설(新設)로 지었다.

▽장안평=일명 ‘한내’라 불리던 중랑천의 하류로 땅이 기름지고 들이 넓어 ‘장한들’이라 부르던 것을 일제가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그러나 이곳을 지나는 지하철 5호선 역사의 이름은 옛 지명을 딴 ‘장한평역’이다.

▽잠실=원래 한강 가운데 있던 섬으로 울창한 뽕나무 군락을 이루고 있었으나 1971년 잠실지구를 개발하면서 너비 400m, 길이 7㎞의 한강을 막아 육지로 변했다. 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누에고치 강제송출에 시달리던 주민들이 뽕나무를 모조리 뽑아냈다 한다.

▽천호동=조선조 지리학자 이중환이 그의 저서 택리지에서 “장차 가히 천호(千戶)가 들어설 만한 땅”이라고 예언했던 곳. 아시아경기대회와 올림픽을 치르면서 서울 남동쪽의 중심이 돼 이중환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의 가구가 들어섰다.

▽학여울=관악에서 발원해 과천을 지나 내려오는 양재천이 분당 쪽에서 북쪽으로 흘러오는 탄천과 만나면서 ‘새여울’을 이뤘다. 이 곳에 백로 왜가리 해오라기 등 철새가 모여들어 무리를 이뤘기 때문에 ‘학여울’이라 불렸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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