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 집단반발, 무엇이 문제인가

  • 입력 2003년 3월 7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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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과 서열을 깬 검찰고위간부 인사안에 대한 검사들의 집단반발은 복잡한 배경 때문에 칼로 자르듯 시비를 가리기가 쉽지 않다. 이 같은 파격인사는 강금실 법무부장관이 취임할 때부터 예견된 것이었다는 점에서, 청와대와 검찰의 감정대립은 누적된 상호불신의 폭발이라고 할 수 있어 더욱 걱정이다. 특히 힘겨루기식의 항명이나 징계까지 거론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다만 분명한 게 하나 있다. 검찰이 모멸감을 느끼는 타율적인 검찰개혁은 바로 검찰이 자초했다는 점이다. 지난 시절 보직과 승진의 고리로 얽힌 상명하복의 조직논리에 묶여 정치권력에 스스로 머리를 조아렸던 검찰의 숙명이자, 타성과 특권의식에 젖어 자율개혁에 게을렀던 검찰의 업보인 것이다. 그런 만큼 검찰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개혁대상의 앞자리에 언제나 검찰이 꼽힐 정도로 드센 국민의 개혁열망을 외면해선 안 된다.

다른 한편으로 검사들의 반발을 일방적으로 질타할 수만은 없는 이유 또한 있다. 우선 고등검사장급 4명의 승진인사안이 과연 개혁에 걸맞은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했느냐 하는 논란이 검찰 안팎에 무성하다. 발탁이나 파격도 좋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 소외된 검사들의 신분보장과 검찰조직의 안정성을 위협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아울러 검찰을 망친 것은 몇몇 정치검사들인데, 엉뚱한 피해자가 양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흘려 들을 일이 아니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밀어붙이기식 개혁의 함정이다. 문재인 대통령민정수석은 “검찰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인사”라고 말했지만, 이는 예측 가능성을 벗어난 인사의 이면을 간과한 느낌을 준다. 예측 불가능한 인사가 오히려 검찰의 권력눈치보기와 정치예속화를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검찰개혁은 제도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인사도 마찬가지다. 검찰인사에 대한 권력의 입김을 배제하기 위해선 강 장관도 공약한 검찰인사위원회의 기능을 실질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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