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3·1절 대규모 집회 “좌익박멸” 목소리 높인 보수

  • 입력 2003년 3월 2일 19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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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을 기해 보수진영이 대규모 집회를 열고 북한의 인권문제 개선과 북한 핵개발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등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보수진영은 17만여명이 참석한 집회에서 한미공조 강화를 촉구하면서 “최근 사회 일각에 친북 성향이 일고 온 나라가 좌익판이 되고 있다”며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진보진영은 북한측 인사 100명을 초청한 가운데 3000여명 규모의 집회와 행사를 열고 주한미군 철수와 반미, 남북의 공조를 주장해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보수진영은 한반도기를, 진보진영은 성조기를 찢거나 불태웠다. 그러나 양 진영의 집회는 시간과 장소가 달라 물리적인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3¤1절 행사가 갈라져 치러진 것은 1946년 우익과 좌익이 서울운동장과 남산공원에서 별도의 집회를 연 이후 처음이다.》

▽보수진영=1일 정오 쌀쌀한 날씨 속에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한국자유총연맹,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등 100여개 단체 회원 등 10만여명(경찰 추산)의 시민이 모인 가운데 열린 ‘반핵반김·자유통일 3·1절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은 현 시국에 대한 불만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행사는 평화를 상징하는 파란색 풍선 수만 개를 하늘에 날리는 것으로 시작됐다. 사회자가 “오늘은 특별히 애국가 4절까지 부르겠다”며 애국가를 선창하자 분위기는 잠시 숙연해졌다. 이상훈(李相薰) 재향군인회장은 “북한의 핵무장 시도와 미군철수 주장으로 나라 안보가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며 “침묵하던 우리가 이제 행동하는 다수로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행사장에는 대형 태극기와 성조기, 유엔기가 높이 게양됐으며 시민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흔들며 ‘대∼한민국’을 외쳤다.

행사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수백여개의 피켓과 플래카드가 파도처럼 물결쳤고 참석자들의 구호도 ‘좌익 박멸’ ‘김정일 타도’ 등으로 격해졌다.

20, 30대가 주축인 애국청년단의 단원 이준석씨(20대)는 “지원해준 돈과 쌀로 핵무기를 만들고 정부에는 좌익 세력이 검증도 없이 임명되고 있다”며 “정부가 중심을 잡아준다면 우리가 이렇게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북이 고향이라는 함모씨(67)는 “DJ정권과 노무현 정부가 용인하는 바람에 온 나라가 빨갱이 천지가 됐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북한인권운동가인 독일인 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은 “그동안 북한에 의료품과 식량을 지원했지만 북은 변하지 않았다. 한국정부는 햇볕정책을 고집하지 말고 북에 압력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회 도중에 갑작스레 대형 한반도기가 누군가에 의해 광장 상공으로 올려지자 주최측이 서둘러 끌어내린 뒤 찢어버리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는 대한민국건국회 전몰군경미망인회 자유시민연대 천주교경제인회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 한국기독교신도연맹 헌법을생각하는변호사모임 등의 단체가 참가했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둔치에서도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 주최로 7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3·1절 기념 나라와 민족을 위한 구국 금식기도회’가 열려 △북한 핵 개발 포기 △북한 내 인권 개선 △주한미군 철수 반대 △도덕성 회복과 부정부패 척결 등을 결의했다.

▽진보진영=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남북한 종교인들의 ‘3·1민족대회’는 북한 핵개발, 북한 내 인권 상황에 대한 언급 없이 ‘민족공영’ ‘외세 배격’ ‘미군 철수’ 등의 문제만 언급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행사장에는 붉은 바탕에 흰 글씨로 ‘력사적인 6·15북남공동선언을 철저히 리행하자’는 북한식 표기법의 대형 포스터가 나붙었으며 북한 가요 ‘반갑습니다’가 연방 울려퍼졌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의 조재형(曺在亨·44)씨는 “지금의 외세란 결국 미국”이라며 “일본 대신 미국이 점령군으로 들어온 셈”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장재언 조선종교인협의회 회장 등 북측 인사와 남한 민화협, 7대종단 대표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여중생범대위,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 등 250여개 단체도 이날 오후 5시부터 서울 탑골공원에서 2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3·1 민족자주, 반전평화 실현 촛불 대행진’을 개최했다. 이들은 살인 미군 처벌,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전면 개정, 이라크 침공 반대 등을 요구한 뒤 세종로 교보빌딩 앞까지 시가행진을 벌였으며 대형 성조기를 찢은 뒤 해산했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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