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영창악기 정리해고 지역경제 신음소리

  • 입력 2003년 2월 28일 20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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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의 피아노 생산업체인 영창악기가 전체 근로자의 절반에 가까운 460명에 대해 정리해고를 통보하자 인천지역 경제가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인천에서는 2001년 2월 대우자동차가 1750명의 근로자를 정리해고 했으며 지난해 경영권이 바뀐 삼익악기도 1000여명을 해고했다.

인천은 목재산업의 비중이 커 대형 악기 생산업체의 연쇄 정리해고는 관련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영창악기의 정리해고=영창악기가 1993년 중국 텐진(天津)에 세운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1200여명이며 2000∼2002년 3년 연속 흑자를 냈다. 중국공장에서 생산된 피아노 반제품을 들여오면서 건반 부서 등을 폐쇄하는 등 인천공장의 규모를 줄였다.

일부 협력업체는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했다. 중국공장의 근로자 연봉은 120만원 안팎이지만 인천공장 근로자는 2200여만원(14년차 기준)으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노조는 사측의 정리해고 방침이 국내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기 위한 조치라고 의심하고 있다.

노동조합 김교중(金校中) 교섭대표는 “임금 삭감과 부동산 매각 등으로 지난해 6월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현재 부채비율이 213%에 달하는 등 경영상태가 건실한데도 구조조정을 하는 사측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피아노 성수기의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의 절반으로 줄었다”며 “경영 정상화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정리해고를 했다”고 말했다.

▽관련업체 여파=영창악기의 협력업체는 140여개. 이 가운데 피아노 외장 케이스 등을 납품하는 40여개 협력업체가 인천과 경기지역에 있다.

협력업체들은 정리해고 후 피아노의 생산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중국으로 회사를 옮기기 위한 현지 시장조사를 벌이고 있다.

인천상공회의소 박영복(朴英福) 부회장은 “인력난과 인건비 등을 이유로 인천 제조업체들이 생산라인을 중국으로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앞으로 중국에 진출하는 제조업체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사 협상 추이=파업 5일째를 맞는 영창악기 노사는 지난달 27일 6차 실무협상을 가졌지만 정리해고에 대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측은 “회사가 정리해고를 철회하지 않으면 파업을 계속할 수 밖에 없다”며 노동시간 단축과 순환휴직 등의 방안을 회사측에 제시했다.

사측은 “미국에 대한 수출이 올 들어 큰 폭으로 줄어 현재 공장가동률은 60%대, 재고는 3000여대에 이른다”며 “수출 감소에 따른 적자를 줄이기 위해 정리해고는 부득이한 조치”라고 밝혔다.

경인지방노동청은 지난달 28일 노사간 협상이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측이 낸 정리해고 계획서를 반려하는 한편 노조에 대해 파업을 철회하고 협상에 임하라고 권고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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