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방화]출근시간대 지나 주부-노약자 희생컸다

  • 입력 2003년 2월 19일 01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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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참사의 사망자 중에는 여성과 노약자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출근시간대를 지난 시점이어서 승객 대부분이 노약자와 여성들이기는 했지만 이들이 ‘위기상황’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는 지적도 낳고 있다.

18일 오후 8시 현재 대구시에 공식 집계된 사망자는 51명, 부상자는 140여명. 사망자 가운데 여성은 25명, 50∼60대 노약자가 16명으로 중복된 사람을 빼더라도 전체 사망자의 7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형체를 알아 볼 수 없게 타버린 전동차 객차 내의 시신까지 포함하면 노약자와 여성들의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도 객차 안에서 질식사한 희생자 상당수가 주부와 노인, 어린이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망자 가운데 20, 30대 남성은 역무원 정연준(37) 김상만(30) 장대성씨(34)를 포함해 5명뿐이었다.

또 오후 8시 현재 신원이 밝혀진 부상자 140여명의 50%도 여성인 것으로 집계됐다.

1995년 발생한 대구 상인동 지하철 도시가스 폭발사고는 등교 및 출근시간에 일어나 중고등학생과 직장인의 희생이 컸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출근시간을 2시간가량 넘긴 오전 9시55분경에 발생했다. 이 시간대는 주부들과 노인들이 집안 일을 끝낸 뒤 외출이나 볼 일을 보러 많이 나가는 때였다.

화재가 진압된 뒤 모습을 드러낸 지하철역 출입구와 역 대합실에는 여성들의 핸드백과 소지품, 상의와 신발 등이 어지럽게 늘려 있는 것도 이를 입증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참사에서 노약자나 여성들의 희생이 컸던 것은 이들이 ‘위기 상황’에서 기동성이 떨어지는 데다 사고가 갑자기 일어나면서 이들을 보호할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사고현장 지휘소와 대구시청 2층 사고수습대책본부에는 어머니와 할아버지, 할머니, 딸의 명단을 확인한 유족들이 넋을 잃은 채 ‘고인’의 이름을 부르며 통곡하는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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