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기-이인복교수 부부 현도복지대 학사학위 받아

  • 입력 2003년 2월 9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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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도복지대 사회복지학 학사학위를 동시에 받는 서울대 국문과 심재기 교수(왼쪽)와 부인 숙명여대 이인복 명예교수. -연합
현도복지대 사회복지학 학사학위를 동시에 받는 서울대 국문과 심재기 교수(왼쪽)와 부인 숙명여대 이인복 명예교수. -연합
60대 노(老)교수 부부가 대학 공부를 다시 해 나란히 학사학위를 받는다.

이달 정년퇴직하는 서울대 국문과 심재기(沈在箕·66) 교수와 지난해 8월 숙명여대에서 정년퇴임한 이인복(66·李仁福) 명예교수 부부는 18일 현도사회복지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다.

13년 전부터 가정폭력피해여성 쉼터인 ‘나자렛성가원’을 설립해 운영해 오던 이 교수가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야겠다고 결심을 한 게 정년을 앞둔 두 교수가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 계기였다.

이 교수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없는 ‘무자격 원장’을 청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학교를 다시 다녀야겠다고 심 교수한테 이야기했더니 ‘나이도 많은데 혼자 다닐 수 있겠느냐’며 ‘내가 친구가 돼 주겠다’고 해 같이 다니게 됐다”고 말했다.

월급으로 성가원 운영자금을 충당해 온 심 교수 부부는 둘이 합치면 1년에 1000만원이 넘는 학비를 아끼기 위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현도복지대로 진학을 결정했다.

심 교수 부부는 2년간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며 왕복 8시간이 넘게 걸리는 충북 청원군까지 통학하며 손자뻘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었다. 자신들의 강의 시간을 피해 일주일에 이틀씩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시간표를 짜야 했던 심 교수 부부는 첫 수업 시간에 맞추기 위해 오전 4시에 일어나는 강행군을 했다.

심 교수는 “평생 국어학의 세계만을 알다가 새로운 학문을 알게 된 것이 무엇보다 기뻤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 2년간 관절염이 악화돼 제대로 걷지 못해 지팡이를 들고 다녔는데 심 교수가 내 손을 잡아줬다”며 “서로 글 쓰느라 바빴는데 지난 2년간은 같이 손잡고 다니며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국립국어연구원장으로 재직하며 표준국어대사전을 완간시키고 로마자 표기를 한국어 방식으로 일원화시키는 등 국어학계에 큰 족적을 남긴 원로며 같은 국문학자인 이 교수는 문학비평서인 ‘우리시인의 방황과 모색’, ‘우리작가들의 번뇌와 해탈’ 등 30여권의 저서와 번역서를 출간했을 정도로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해왔다.

심 교수 부부는 “복지 센터를 세워 노인과 청소년 복지 등 사회복지 사업을 위해 남은 인생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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