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명문대 합격 민족사관고 학생들 방담

  • 입력 2003년 1월 28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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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공부벌레들이 아닙니다. 그러나 뭔가 몰두하기 좋아하지요.” 최근 외국 명문대에 합격한 민족사관고 3학년 김주영 곽상훈 김지훈 이성민군과 이정실양, 그리고 박하식 교감(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김동주기자
“저희는 공부벌레들이 아닙니다. 그러나 뭔가 몰두하기 좋아하지요.” 최근 외국 명문대에 합격한 민족사관고 3학년 김주영 곽상훈 김지훈 이성민군과 이정실양, 그리고 박하식 교감(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김동주기자

《초등학교 때부터 입학 준비를 시킨다는 특수목적고. 그중에서도 강원 횡성군에 있는 민족사관고 국제계열(유학반) 학생들은 매년 줄줄이 외국 명문대에 합격해 초중학생 부모들의 관심거리. 올 초부터 유학반 3학년생 17명 중 5명이 수시 모집에 합격했다. 지난해에도 4명이 수시 모집에 붙은 것을 비롯해 유학반 졸업생 14명 전원이 외국 명문대에 합격했다. 합격통지서를 받은 이들 5명에게 공부는 어떻게 하고 꿈은 무엇인지 물었다. 이 학교 박하식 교감이 자리를 함께 했다.》

●외국 대학 진학은….

▽박하식=특목고 출신에 대한 내신특례조치가 폐지돼 자구책으로 만든 것이 유학반인데 특수목적고의 또다른 대학진학 유형이 됐습니다. 우리 학교는 1학년 때 13일간 미국 10개 대학 순방 수학여행을 가는데 이때 해외 명문대에 대한 꿈을 갖게 되지요.

▽곽상훈=지난해 졸업생인 친형이 스탠퍼드대에 입학했습니다. 저도 1학년 2학기에 자연계열에서 유학반으로 옮겨 형과 같은 대학에 입학하게 됐고요. 미국 대학에 진학하면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생각을 나눌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합니다.

수업은 토론식,최첨단 도서관,전통도 소중히(왼쪽부터)

▽이정실=시카고대 얼리 프리처스쿨 억셉턴스 프로그램은 2학년 때 시험을 통과하면 의과 진로를 확정해 3, 4학년 때 본격적으로 연구할 수 있습니다.

▽김지훈=옥스퍼드대 PPP과정(심리학 철학 생리학)은 3년제로 입학하자마자 전공을 공부합니다. 미국 대학은 2, 3학년 때 진로를 정하는데 시간낭비라고 생각했습니다. 역시 옥스퍼드대 PPP과정에 입학한 김선 선배의 영향도 컸습니다.

▽이성민=펜실베이니아대(UPENN)의 제롬 피셔 프로그램은 와튼스쿨의 경영학과 엔지니어링스쿨의 공학을 공부해 양쪽 부분에서 학사학위를 받게 됩니다.

▽김주영=서울 목1중학교 3학년때 전국과학경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탔어요. 우리 학교의 허동성 선배가 국제물리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을 따고 MIT에 진학하는 것을 보고 저도 세계를 무대로 도전해 보고 싶어 유학반에 진학했습니다.

▽박하식=미국에서도 SAT(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성적이 매년 올라가고 있어요. 그래서 AP(미국대학 1학년 과목을 미리 이수하는 제도)시험을 많이 활용하지요. AP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으면 대학 입학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어 이들 5명 모두가 5∼7개 과목에 도전했습니다. 김지훈군 역시 SAT와 AP시험 결과를 제출했는데 영국 대학이 오히려 학업성취도를 높이 평가합니다.

●내가 어렸을 때…

▽김주영=4, 5세부터 레고블록으로 자동차나 집을 많이 만들었어요. 초등학교 때 과학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좋아하는 것을 실컷 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관심분야가 생기면 꿈을 갖게 되고 자연히 길이 보이니까요.

▽이성민=어렸을 때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이신 아버지는 해외출장 중 꼭 편지를 보내셨어요.‘영어를 못하니 한국사람이나 일본사람이나 힘이 없더라’는 내용이었는데 그런 편지를 보면 가슴이 뭉클해졌어요. 초등 1학년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공부했습니다. 초등학교때 책상에 앉아 있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중고등학교에 와서 ‘공부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도움이 되지요. 미국 메릴랜드주립대 교환교수로 가시는 아버지를 따라 중학교 1학년 여름부터 1년간 미국에서 생활했습니다.

●민족사관고 입학은…

▽박하식=민족사관고 명예학생 여름캠프가 7월20일부터 열립니다. 중학교 1, 2학년생에게 미리 학교생활을 체험해 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인데 지원자격은 서울지역이 전교 5% 내 성적, 기타 지역은 전교 3% 내 성적의 학생입니다. 6월 첫째주 월요일 오전 9시부터 선착순 접수합니다.

▽이정실=제가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께서 신문에서 우리 학교 기사를 읽으시고 권하셨어요. 나중에는 반대하셨지만 제가 오고 싶어 여름캠프에 들어갔습니다.

▽곽상훈=형이 민족사관고에 간다기에 여름캠프에 가보고 결심했습니다. 초등 3학년 때까지 영국 런던에서 생활했습니다. 그래서 영어공부는 중학교 끝날 무렵까지 손을 안댔고 수학은 중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내신성적에 신경을 쓰며 공부했습니다. 수학과 과학은 중학교 2학년때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기도 했고요.

▽이성민=대전 어은중학교 때 전교 10등 안에 들어본 적이 없어요. 영어과목도 3학년 320명 중 내신이 100등 정도였어요. 3%내 성적은 안됐지만 영어경시대회 입상 등의 성적으로 입학시험자격을 얻었고 3차까지 시험을 거쳐 유학반 수석으로 입학했습니다. 그러나 지원자들이 성적이 안되면서 이것저것 자료를 들이대면 입학관리실 관계자들이 피곤해질텐데…. 수학은 기초부터 탄탄히 다져야 응용력도 생깁니다. 초등학교 때는 문제집을 사다 혼자 풀어보곤 했어요.

●장래희망은….이정실=정신과의사인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정신과의사가 되고 싶어요. 초등 3학년때부터 병동에서 환자들과 밥을 먹으며 심부름을 했는데 그때부터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어렸을 때 빨리 진로를 결정해 조금씩 구체화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김지훈=카운슬러가 되고 싶습니다. 수학을 좋아해 우리학교 자연계열에 입학했는데 심리학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국내 대학에서는 심리학이 인기가 없어 유학을 결심했고 2학년때 유학반으로 전과했습니다.김주영=로봇을 만드는 엔지지어가 되고 싶어요. 중학교 3학년때 물리를 처음 접했을때 원리를 가지고 적용할 분야가 많다는데 매력을 느꼈습니다. 우리학교 물리올림피아드반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다음달 ‘민족사관고 학생들은 과학공부를 이렇게 했다’는 책을 낼 예정입니다.박하식=공부 말고도 체육 음악 봉사활동 학생회 등 다양한 과외활동을 시키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공부벌레들이란 말을 싫어해요. 학생회 주최로 다음달 16일 오후 3시 서울 압구정동 유림아트홀에서 ‘백혈병 어린이 및 횡성지역 독거노인돕기 자선공연’(033-343-1116)이 열립니다. 이 자리에서 학교 소개와 중학생 대상 수학경시대회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므로 학부모들이 불우이웃도 돕고 학교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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