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盧당선자 생가 즐거운 홍역

  • 입력 2003년 1월 12일 19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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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한기인데도 손님 접대에 눈코 뜰새없이 바쁩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고향마을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주민들은 16대 대통령 선거 이후 지금까지 편안하게 쉬어 본 날이 없다.

평일 200여명, 주말에는 최고 1000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몰려와 이들을 안내하고 국밥을 말아 대접해야 하기 때문.

최근에는 경북 김천지역 주민들이 관광버스로 노 당선자의 생가를 둘러봤다. 12일에는 광주지역 풍수지리가들이 역시 버스를 대절해 생가와 마을 주변을 꼼꼼히 ‘견학’했다.

외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지자 주민들은 진영읍 시가지에서 봉하마을로 이어지는 도로변에 ‘대통령 생가 가는 길’이라는 현수막 5개를 내걸었고 노 당선자가 10세때 까지 살았던 생가 입구에도 안내문을 부착했다.

35년전부터 노 당선자 생가에서 살아온 하모씨(65) 부부도 사생활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 한 주민은 “방문을 ‘기념’한다며 마당의 돌멩이를 주워가거나 물도 받아간다”며 “안방까지 직접 들어가보는 별난 관광객도 있다”고 전했다.

마을 주민들이 관광객을 대접하기 위해 순번을 정해 국밥을 끓이는 일도 만만치 않다. 주변에 식당이나 매점이 없어 대부분 마을회관의 ‘임시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기 때문이다.

식사준비에 들어가는 비용은 하루 20만원선. 쌀은 주민들이 십시일반 내놓고, 나머지 비용은 마을 부녀회 기금 등을 끌어다 썼지만 거의 바닥이 났다. 얼마전에는 ‘기업인’이라고 밝힌 50대 남자가 점심 비용에 보태라며 300만원을 선뜻 내놓는 일도 있었다.

봉하마을 이장 이용희(李龍熙)씨는 “노 당선자를 도와준 분들이라 생각하면 접대를 안할수도 없으나 주민들 고생이 적지않다”고 말했다.

한편 김해시는 1500만원을 들여 우선 낡은 봉하마을의 회관을 손질하고 차 한 대가 겨우 다닐 수 있는 봉하마을 진입로 1.5㎞도 왕복 2차로로 넓히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김해=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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