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전 '심부름 소년' 본보 사연보고 찾았다

  • 입력 2002년 12월 30일 18시 52분


미국 테네시주에 사는 허먼 쿱(68)이 50년 전 주한미군으로 한국에 근무할 당시 자신과 함께 근무했던 하우스 보이를 찾는다며 아들을 통해 본보에 보낸 사연의 주인공이 확인됐다.

주인공은 경기 수원시에 사는 정설남(鄭雪男·63·왼쪽)씨. 정씨는 30일 오전 경기 의정부시 미 2사단 사령부 캠프 레드클라우드를 찾아 이 부대에 근무 중인 쿱씨의 아들 존 쿱 병장(33)을 만나 자신이 사진 속의 꼬마임을 확인했다.

정씨는 “쿱씨가 작별선물로 검은색 레인코트를 주었던 기억이 난다”며 “당시 사진을 찍은 곳은 수원의 K13 비행장 공사현장으로 텐트마다 7, 8명이 함께 생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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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샘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사는 아버지를 위해 본보에 사연을 보냈던 아들 쿱 병장은 이 소식을 미국으로 전했고 아버지에게서 ‘검은색 레인코트를 전해주었다, 그 소년이 틀림없다’는 답을 들었다.

또 정씨의 별명이 당시 일본어로 ‘스코시’(작다는 뜻)였다는 것도 확인됐다. 쿱 병장은 “정씨의 소식을 전해주자 아버지가 크게 기뻐하며 동아일보에 감사의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이산가족도 아닌데 50년 전의 나를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꿈만 같았다”며 “사진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나를 찾아준 데 대해 무척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2사단은 정씨의 여건이 허락된다면 그가 내년 초 미국으로 가는 경비를 지원해 쿱씨를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할 방침이다.

의정부〓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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