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올해만 90명 무료수술 한길안과병원

  • 입력 2002년 12월 29일 22시 02분


인천 부평구 부평4동 한길안과병원은 인천지역 시각장애인들이 자주 찾는다. 생활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에게는 돈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동네 주민들의 추천서만 받아오면 진료비는 물론 수술비도 받지 않는다.

안태희씨(41·부평구 갈산동)를 비롯해 올해에만 90명의 환자가 무료로 녹내장, 망막 수술 등을 받았다. 진료비를 감면해준 것까지 합하면 모두 300명의 환자가 혜택을 입었다.

지난해에도 312명의 가난한 이웃에게 인술(仁術)을 베푼 이 병원의 정규형(鄭圭亨·51) 이사장은 이들을 위해 매년 초 7000만원의 예산을 따로 준비한다.

그가 무료 수술을 시작한 것은 1985년 이 병원의 전신인 ‘정안과의원’을 개원하면서부터. 정 박사는 당장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돈이 없어 수술받을 형편이 못된다”고 하소연하는 환자들을 외면하기 힘들었다. 이런 환자에겐 먼저 수술을 해 주고 형편이 나아지면 갚으라고 했다.

소문을 듣고 가난한 환자들이 병원에 몰려들었지만 지금까지 단 한 명도 그냥 돌려보내지 않았다.

10월 백내장 수술을 받은 시각장애인 전병호 할아버지(71)는 “진찰받으러 간 날 가정 형편이 어렵다고 했더니 진료비를 받지 않았다고 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98년 8월 병원을 지금의 자리로 확장 이전하면서 돌보는 환자 수도 늘었다. 같은 해 9월 시각장애인 특수학교인 혜광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어 매년 120명의 학생을 무료 진료하고 있다.

또 계양구 노틀담복지관에 수용된 무의탁 노인과 부평구 해피홈의 결손가정 어린이들은 누구나 병원을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

이 병원은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의료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눈만 보면 이름을 기억할 정도로 환자를 꼼꼼하게 보살피는 이 병원 최기용(崔基鎔·49) 병원장은 올 2, 9월 두차례 의료진을 이끌고 우즈베키스탄 타시켄트를 찾아 무료 진료활동을 펼쳤다. 고려인 등 917명을 진료하고 143명을 수술했다. 내년 설과 추석 때에도 다시 찾을 계획이다.

정 이사장은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는 없어야 한다”며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는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032-503-3322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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