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대 벤처투자 사기극

  • 입력 2002년 12월 29일 16시 21분


정보통신과 바이오, e-Biz 등 첨단 벤처산업에 투자해 투자금의 150%를 돌려준다며 투자자들을 유혹해 4만4253명으로부터 1007억여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범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벤처금융에 대해 잘 모르는 지방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으며, 정상적인 회사인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가짜 인터넷 쇼핑몰까지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수법=서울지검 컴퓨터수사부(한봉조·韓鳳祚 부장검사)는 ㈜비즈앤퍼슨스 대표 이모(34)씨 등 8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또 이 회사 부산지사장 이모씨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캐나다로 도망간 사주 정모씨(38)를 지명수배했다.

이씨 등은 지난해 2월 회사를 설립한 뒤 최근까지 투자한 금액의 50%를 5일 이내에 돌려주고 나머지 100%는 18개월 동안 분할해 지급한다며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이들은 그러나 벤처금융업을 한다는 홍보 내용과는 달리 아무런 수익활동이 없었으며 초기 투자자들의 원금을 나중에 투자한 사람들의 돈으로 메꾸는 형식으로 사업을 운영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들은 또 인터넷 쇼핑몰로 위장, 5∼10만원에 불과한 시계를 1구좌에 220만원에 판매하는 수법을 썼다. 쇼핑몰 위장을 위해 시계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투자자들을 쉽게 유인할 수 있는 신용카드 결제를 끌어내기 위해 이른바 '카드깡' 수법을 쓴 것. 초기의 소액 투자자들에게는 실제 약속한 돈을 지급해 순식간에 투자자들이 급증했다.

그러나 150%를 돌려 받은 초기 투자자들의 경우 회수한 투자금을 재투자하는 것은 물론 주위의 친척과 동료에게도 가입을 적극 권유해 결국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고 검찰은 전했다.

반면 전국에 88개 지사와 지점을 둔 이 회사는 각 지사장에게 매달 투자금의 9∼10%를 리베이트로 받아 3%는 자신이 챙기고 나머지는 성과급 형식으로 내려보내는 다단계 수법으로 운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규모와 대책=검찰은 현재 이 회사에 남아 있는 잔고는 22억여원에 불과해 사주 정씨 등 주요간부들의 은닉 재산 환수를 위해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들의 신속한 구제를 위해 별도의 민사 재판을 하지 않고 이 회사 관계자들에 대한 형사 재판 과정에서 피해액을 확인해 민사 확정판결문을 받게 하는 '배상명령제도'를 적극 활용하도록 권유할 방침이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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