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음주자들, 알코올 상담센터로 오세요

  • 입력 2002년 12월 27일 18시 49분


외환위기 때 명퇴한 이모씨(52·인천 연수구 선학동)는 매일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다. 술병이 옆에 있지 않으면 항상 초조감에 휩싸이고 심지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그 동안 수 차례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아직도 술을 끊지 못했다. 술기운이 떨어지면 밥맛이 없어 식사도 제대로 못해 67㎏이던 몸무게가 10㎏이나 줄었다.

이 같은 음주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인천 알코올상담센터가 27일 오후 2시 연수구 연수3동 옛 인천적십자사 1층에 문을 열고 활동에 들어갔다.

인천 알코올상담센터에 따르면 인천시민 가운데 113만여명이 폭음, 과음 등을 자주 하는 이른바 문제 음주자이며 이 가운데 6.5%는 매일 술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7만3450여명이 알코올 중독 위기에 놓여 있다.

문제 음주자들은 그 동안 치료를 위해 알코올 치료 전문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등 가족과 격리되는 고통을 받았지만 가까운 곳에 알코올상담센터가 생겨 치료와 상담을 병행할 수 있게 됐다.

이 센터는 70여평 규모에 상담실 재활훈련실 휴게실 교육실 등이 있으며 정신보건전문요원 3명, 정신보건요원 1명, 자원봉사자 6명이 일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에는 문제 음주자를 대상으로 재활프로그램을, 수요일에는 문제 음주자 가족들을 위한 가족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단주(斷酒)와 절주(節酒)를 위해서는 가족의 이해와 관심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센터는 응급 상황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 병원, 정신보건센터, 복지관, 쉼터 등 알코올 관련 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성할 계획이다. 또 알코올 및 약물 예방을 위한 청소년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대학생을 대상으로 건전 음주문화 조성 캠페인도 펼친다.

인천알코올상담센터 차진경(車眞京·여·37) 센터장은 “사회 구성원들이 문제 음주자를 삐뚤어진 시각으로만 보지말고 따뜻한 관심과 용기를 북돋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032-865-9478, 236-9478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