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신평 대구가톨릭대 법학부 교수, 변호사

  • 입력 2002년 12월 26일 18시 12분


한 해를 보내며 지난 나날을 회상해 보니 잊히지 않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일이 머리에 떠오른다.

지난 여름 엄청난 피해를 안겨준 태풍 루사가 지나간 아침 경주 서천에 물 구경을 간 적이 있다. 서천교 바로 밑 둔치 아래 여기 저기에 웅덩이가 패여 있었다.

물이 고인 웅덩이 한 곳에서 어떤 사람이 어망을 던지고 있었는데 한번 씩 건져 올릴 때마다 꽤 많은 물고기들이 잡혔다. 그 사람은 큰 물고기만 어망에 담고 잔챙이들은 둔치에 그냥 버렸다.

사람들이 빙 둘러서서 물고기 잡는 광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구경꾼 중에 유난히 행색이 남루한 사람이 보였다.

순간, 그 사람이 구경하는 사람들의 무리에서 벗어나 둔치에 버려진 잔챙이 물고기가 있는 쪽으로 걸어 갔다.

그는 정성스레 고기를 손바닥에 주워 담아 서천의 흐르는 물에 넣어 주었다. 가슴이 뭉클해졌다.

죽어가는 물고기에 대해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이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맹자는 사람이 가졌던 ‘측은지심’을 인(仁),즉 ‘어짐’의 본질로 파악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하여 어진 마음을 가진다면 우리 사회는 인정과 활기가 넘쳐나는 사회가 되리라. 미물에게 어진 마음을 실천한 그 사람의 아름다운 모습이 대립과 갈등, 반목으로 일그러진 세밑 우리 사회의 모습과 겹쳐 새삼 눈앞에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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