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온도계' 데워 주세요…이웃돕기 모금 겨우 28도

  • 입력 2002년 12월 22일 18시 54분


“사랑의 온도계를 온정의 손길로 데워주세요.”

국내 유일의 법정 모금단체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2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 설치한 ‘사랑의 체감온도탑’의 빨간 수은주가 22일 현재 28도에 머물고 있다.

내년 1월 말까지 60여일 동안 계속되는 불우이웃돕기 실적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사랑의 체감온도탑은 목표액 677억원의 100분의 1이 모일 때마다 1도씩 눈금이 올라간다.

모금기간의 3분의 1이 지난 지금까지의 성금액수는 192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의 98억원보다는 훨씬 많지만 공동모금회는 걱정이 앞선다.

17일 삼성그룹이 낸 100억원을 빼면 온도탑의 수은주는 13도로 뚝 떨어져 썰렁한 세밑 인심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 삼성측은 이웃돕기 사업이 부진하다는 소식에 연말마다 내던 성금기탁을 서둘렀다는 후문이다.

공동모금회 윤수경(尹秀卿) 사무총장은 “대통령 선거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시위 등 굵직한 연말 이슈에 가려 모금이 쉽지 않다”며 “이런 추세라면 작년과는 달리 목표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걱정했다.

체감온도탑은 2000년부터 설치돼 올해가 세번째. 2000∼2001년엔 93도에 그쳤지만 2001∼2002년엔 목표액 426억원을 초과한 633억원이 모금돼 148도를 기록했다.

윤 사무총장은 “월드컵과 대선에서 보여준 성숙한 시민의식을 이웃돕기에도 발휘해 사랑의 온도탑을 펄펄 끓게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은행, 동사무소, 지하철역 매표소, 고속도로 톨게이트 등에 설치된 모금함과 구세군 자선냄비에 성금을 넣으면 온도계 수은주를 올릴 수 있다. 또 자동응답전화(060-700-1212)를 이용해 한 번에 2000원씩을 보태거나 언론사의 이웃돕기 모금에 참여해도 된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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