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경북지역 강도 꼼짝마!”

  • 입력 2002년 12월 17일 19시 29분


“기사 아저씨, 제 말만 들어세요. 지금 타고 있는 손님 4명은 강도니까 파출소로 바로 가세요.”

13일 오후 4시 경북 청도역에서 청년 4명을 태우고 남천면 쪽으로 가던 택시기사 박모씨(48)는 이같은 내용의 휴대전화를 받고 남천파출소로 차를 몰았다. 신고를 받고 기다리던 경찰은 영문을 모르고 택시에 앉아있던 강도범 일당을 붙잡아 구속했다.

경찰조사결과 정모씨(22) 등 일당은 부산 경남 대구 경북 등지를 돌아다니며 24차례 걸쳐 강도와 절도를 일삼은 것으로 밝혀졌다.

강도가 탔던 택시기사에게 침착하게 전화를 한 뒤 경찰에 신고한 주민은 청도에서 다방을 운영하는 김모씨(27). 김씨는 이날 청도읍의 한 여관에서 걸려온 차배달 주문으로 여종업원을 보냈으나 10분쯤 지나도록 오지 않자 ‘강도가 아닐까’ 직감했다. 그는 청년들이 여관에서 급히 나오는 것을 보고 청도역으로 달려가 이들이 타고 간 택시를 수소문했다.

경찰은 17일 차분하고 빠르게 신고를 해 범인을 검거하는 데 큰 도움을 준 김씨를 표창하고 범죄신고 보상금 100만원을 지급했다.

김씨와 같은 ‘용감한’ 주민이 대구 경북에서 올들어 11월말까지 400여명이고 지급한 보상금도 1억 2000여만원에 이른다. 대구 경북 경찰서에는 신고보상금 예산이 바닥날 정도로 주민들의 범죄신고가 활발하다.

이병진(李炳珍) 경북경찰청장은 “범죄해결은 경찰의 힘만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주민들이 관심을 기울이면 연말연시에 빈발하는 범죄를 줄이는데 상당한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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