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연장운행 첫날 "2만여명 이용"

  • 입력 2002년 12월 10일 15시 36분


심야시간대 지하철 운행이 1시간 연장된 첫날인 10일, 지하철 이용 승객들은 한결같이 연장운행을 반겼다. 지하철 및 지하철과 연계된 버스도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대체로 순조롭게 운행됐다.

그러나 날씨가 추워진 데다 연장운행 첫날이어서인지 자정을 넘은 시각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은 비교적 적었다. 10일 오전 0시 34분 청량리역에 도착한 1호선 마지막 열차에서는 100여명의 승객이 내렸다. 또 이날 오전 0시 56분 신도림역에 도착한 2호선 마지막 열차에도 한 칸당 5∼20명(전체 100명 내외) 승객이 타고 있었다.

서울시는 이날 연장운행 시간대(오전 0시∼1시)에 2만여명의 시민이 지하철을 이용한 것으로 집계했다.

서울 동북부 지역과 인천, 경기 의정부 수원 방향으로 향하는 일부 시민들은 국철 구간이 연장운행에서 제외된 사실을 모른 채 지하철을 타러 나왔다가 허탈해 하기도 했다. 일부 지하철 노조원들은 선로를 점거하고 연장운행 반대 시위를 벌여 지하철 5호선이 한 때 멈춰서는 등 진통도 따랐다.

▽연장운행은 시민을 위한 혜택= 9일 오후 11시 50분경 1호선 시청역. 시청 근처에서 일을 하다 퇴근하던 이원구(58·자영업)씨 일행이 매표구에서 황급히 열차 시간을 물었다.

"강동구 고덕동을 가려고 하는데 열차가 있습니까."

"종로3가역에서 5호선 상일동행 열차가 0시 22분에 있습니다. 갈아탈 수 있습니다."

이씨는 "평소 웃돈을 주고서도 택시를 잡기가 힘들었는데 이제 지하철 덕을 톡톡히 보게 됐다"며 "지하철 연장운행은 서민들에게 큰 혜택이 아닐 수 없다"고 만족해 했다.

10일 오전 0시 20분경 2호선 신촌역에도 귀가하는 시민들이 속속 모여 들었다.

구로구 신도림동에 거주하는 대학원생 박찬호(24·연세대 컴퓨터과학과)씨는 "밤 늦게까지 연구실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은데 예전에는 11시 47분 신도림행 막차를 타기 위해 부리나케 신촌역까지 뛰곤 했다"며 "연장운행으로 막차 시간이 0시 42분으로 늦춰져 이제 여유있게 집에 갈 수 있게 됐다"고 좋아했다.

▽서울 동북부 및 수도권 시민 큰 불편= 10일 오전 0시 10분쯤 1호선 종로3가역에 나온 한 20대 여성은 "성북역까지 가야 하는데 남은 열차는 청량리행 밖에 없다"며 "서울 지역은 새벽 1시까지 연장 운행을 한다고 들었는데 이제 어떻게 집에 가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신도림행 열차를 탄 이현주씨(25·여·인천 남동구 관교동)는 "국철 구간이 연장운행에서 제외된 사실을 몰랐다"며 "신도림역에서 내려 다시 택시를 타느니 홍대입구에서 택시를 타는 것이 낫겠다"고 불평했다.

이날 0시 30분경 1호선 서울역에서 청량리행 열차를 탄 고융순(50·여·중랑구 묵동)씨도 반쪽짜리 지하철 연장운행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고씨는 "부산에서 올라와 서울역에 내리자마자 간신히 막차를 탔지만 청량리역까지 밖에 가지 않아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도시철도공사(5∼8호선) 노조원 250여명은 이날 0시경 5호선 군자역 선로를 점거한 채 시위를 벌여 마천행 지하철 운행이 30여분간 중단됐다.

▽국철 구간까지 연장운행해야= 시민들은 지하철 연장운행을 수도권 전체로 하루 빨리 확대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의정부에 사는 김광호(20·광운대 영문학과 2년)씨는 "자정 이후에 의정부나 인천 수원 등지로 가는 열차가 없다면 연장운행을 하는 효과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또 연장운행 시간대의 열차 수를 늘려 배차 간격(현재 20분)을 좁혀 달라고 요구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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