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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26일 20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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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교사가 거의 없고 책과 자료마저 빈약해 외면당하던 도서관들이 학교의 중심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가장 눈에 띠는 변화는 사서교사 확보 열기. 경북도교육청은 지난해 파격적으로 사서교사 22명을 채용한데 이어 올해도 11명을 모집한다. 대구시교육청도 현재 2명에 불과한 사서교사를 내년에는 대폭 늘려 11명을 새로 뽑는다. 대구와 경북지역 초·중·고교가 1500여개나 되는 것을 고려하면 여전히 사서교사는 여전히 부족한 편이지만 ‘재기’의 발판이 마련되고 있는 것.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1만 600여개 초·중·고교의 사서교사는 150여명으로 전체교원의 0.0005%, 학교수의 0.014%에 불과하다. 일본의 경우 전체 학교 4만 1300곳에 배치된 사서교사는 4만 3000여명으로 학교마다 근무해 대조적이다.
26일 점심시간 경북 경산시 경산고(교장 윤덕산·尹悳山) 도서관. 학생 50여명이 찾아와 잡지를 보거나 책을 대출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짬을 내 도서관을 찾는 모습은 지난해의 경우 구경하기 어려웠다. 올 3월 사서교사가 배치되고 도서관 분위기가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모여들고 있는 것.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를 대출하던 1학년 이준형(李俊炯·17)군은 “도서관이 좋아져 틈 나는대로 찾는다”며 “한달에 5권정도 소설을 읽는데 졸업할 때까지 많이 읽어 고교생활을 알차게 보내고 싶다”고 했다. 이 학교는 새로 지은 건물이지만 그동안 도서관은 학생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사서교사가 오면서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 자료를 다시 정리하고 소파와 인터넷 등 편의시설도 갖췄다. 도서관 소식지도 발행해 학생들에게 도서관을 홍보하는 노력도 했다.
사서교사 이재선(李在璇·28)씨는 “학생들도 나름대로 바쁘기 때문에 막연하게 학생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려서는 안된다”며 “도서관 시설을 편안하게 만들고 자료를 잘 갖춰 스스로 찾도록 동기를 유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이 학교 도서관은 일부 수업을 아예 도서관에서 할 수 있도록 ‘교수학습실’이라는 공간을 마련했다. 수업 중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학생들은 곧바로 서가나 컴퓨터에서 내용을 찾아 수업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내년부터 2007년까지 3000억원을 들여 학교도서관을 획기적으로 바꾼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구시교육청과 경북도교육청은 내년에 150여개 학교에 5000만원씩 우선 지원해 도서관을 바꿔 나갈 예정이다. 경북도교육청 중등교육과 김선굉(金善宏) 장학사는 “독서교육을 강조하면서도 그동안 학교도서관은 독서환경을 제공하지 못한게 현실”이라며 “사서교사가 있느냐 없느냐는 도서관 살리기의 핵심이므로 적극적으로 사서교사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