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고강동 청동기유적등 부천도‘역사’있어요”

  • 입력 2002년 11월 21일 18시 45분


“향토사 연구는 발로 뛰어야 합니다. 지역 토박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어야 하기 때문이죠.”

최근 경기 부천시의 역사와 문화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25분짜리 영상물 ‘신(新)토박이’를 만든 부천역사문화재단 최현수(崔鉉洙·46)소장. 부천의 역사를 누구보다 훤히 꿰고 있어 주위에서는 그를 ‘부천학(富川學) 박사’라고 부른다.

신토박이는 오정구 고강동 청동기시대 문화유적 발굴현장에서 출발해 밀양 변씨, 청주 한씨 등 부천에 정착한 성씨들을 차례로 거쳐 시인 변영로(卞榮魯·1898∼1961) 등 토박이들의 존재를 통해 부천의 역사를 찾는 내용이다.

최 소장은 신토박이를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조상 대대로 그 고장에서 살아오는 사람’이라는 뜻의 사전적 의미인 ‘붙박이형’과 부천이 고향은 아니지만 10년 이상 살아온 ‘정착형’, 또 거주기간은 짧지만 부천을 제2의 고향으로 삼고 살아가는 ‘미래형’ 등이다.

그는 “시민들에게 애향심을 심어주기 위해 영상물을 만들었다”며 “부천의 붙박이형 토박이는 전체 인구의 10%도 안 된다”고 말했다.

영상물 제작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0, 2001년에도 부천 영상실록 ‘문화’와 ‘역사’를 만든 그는 내년 ‘민속’에 이어 ‘인물’을 주제로 시리즈를 완결할 생각이다.

신토박이는 25일 소사구 심곡본1동 도원초등학교를 시작으로 부천지역 10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돌며 시사회를 갖는다.

최 소장은 85년 부천시사(市史) 편찬위원회 상임위원을 맡으면서 부천과 인연을 맺었다.

‘지역의 역사를 쓴다’는 사명감을 갖고 3대(代) 이상 부천에 둥지를 틀고 살아온 토박이들을 만나러 다녔지만 반응은 대부분 시큰둥했다. “부천에 무슨 역사가 있느냐”고 반문하기 일쑤였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 등 사서(史書)에 기록된 부천의 풍속과 인물에 대한 자료들을 보여주며 엄연한 역사가 있음을 설명하자 그때야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91년 부천역사문화재단 소장으로 자리를 옮긴 그가 현재까지 발간한 서적은 ‘부천사 연구(1992)’, ‘돌팡구지(부천에서 고인돌을 일컫는 말)에서 부천까지(1995)’, ‘재미있는 부천이야기(1996)’, ‘부천의 문화유적을 찾아서(2002)’ 등 모두 10권.

부천 땅이름의 유래를 추적한 ‘재미있는 부천이야기’는 지금까지 2만여부가 팔리는 등 주민들의 반응이 좋아 지역 서점가의 스테디 셀러로 자리잡고 있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