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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14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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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초 분식회계를 지시한 혐의로 14일 검찰에 소환된 새롬기술 오상수(吳尙洙·37) 사장에 대한 증시와 업계의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무리한 기업 부풀리기와 경영 실패로 그를 무능한 경영인으로 비판하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오 사장이야말로 왜곡된 한국 벤처시장의 허점을 기막히게 이용해 돈을 챙긴 천재”라는 평가도 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 84학번인 오 사장은 1993년 통신솔루션을 전문으로 하는 벤처기업 새롬을 창업했다. 97년 코스닥에 등록한 이 회사는 99년 10월 자회사인 다이얼패드가 광고만 들으면 공짜로 국제전화를 할 수 있는 인터넷폰 사업을 시작했다는 발표와 함께 증시에서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당시 새롬 주가는 액면가의 640배인 32만원까지 치솟았고 시가총액은 3조7000억원으로 현대자동차와 맞먹는 규모였다. 2000년 2월 새롬은 인터넷폰 사업 계획을 바탕으로 유상증자에 나서 무려 3800억원의 자금을 끌어들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거품은 오래가지 않았다. “전 세계 전화시장을 제패할 것”이라던 새롬의 장담과는 달리 이 회사는 인터넷폰 사업으로 돈을 거의 벌지 못했다. 주가가 폭락했고 실적도 계속 나빠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11월 미국 다이얼패드 현지법인이 파산 위기를 맞으면서 오 사장은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오 사장의 도덕성이 결정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올 2월. 지난해 11월 다이얼패드가 파산 직전에 몰렸을 때 오 사장 가족들이 다이얼패드 주식을 미리 판 사실이 밝혀졌다. 이 사건은 아직 검찰이 수사 중이다.
주위의 비난이 수그러들 무렵인 올 6월 그는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그러나 8월부터 오랜 벗이었던 새롬벤처투자 홍기태 사장과 경영권 다툼을 시작하면서 오 사장은 다시 언론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영권 분쟁 도중 분식회계라는 회사의 치명적인 과거가 공개되는 바람에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게 됐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