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前법무 퇴임사, 李前검찰총장 사과문과 11곳 같아

  • 입력 2002년 11월 5일 23시 11분


김정길(金正吉) 전 법무장관이 5일 퇴임식에서 낭독한 퇴임사 상당 부분이 이명재(李明載) 전 검찰총장의 ‘대(對)국민 사과문’을 거의 그대로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김 전 장관은 오후 퇴임식에서 A4용지 3장반 분량의 퇴임사를 낭독했는데 이 가운데 첫 장 13문장 가운데 11문장이 이 전 총장이 4일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읽은 사과문과 거의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총장의 사과문은 모두 15개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어 이 중 73%가 김 전 장관의 퇴임사에서 표절됐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이번 사건으로 국민 여러분께 커다란 충격과 실망을 안겨드린 데 대하여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진심으로 죄송스럽다는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는 퇴임사 네 번째 문장은 사과문 세 번째 문장과 비교해 ‘검찰총장으로서’라는 단어가 빠진 것말고는 똑같다.

또 퇴임사의 ‘그리고 이 자리를 빌려 유명을 달리 하신 피해자의 명복을 빌고 가족을 잃고 고통받고 계실 유족분들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는 문장은 사과문과 정확히 일치한다.

퇴임사 네 번째 문장부터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10개 문장 가운데 ‘법무 검찰 가족 여러분’이라는 한 문장만 빼고 나머지 9개 문장은 일부 토씨와 부사가 첨삭 가감된 것 외에는 그대로 베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장관의 퇴임사를 작성했다는 오병주(吳秉周) 법무부 공보관은 “4일 밤과 5일 오전 장관께서 전화로 부르는 퇴임사를 받아 적었으나 시간이 없어 이를 정리하지 못하고 퇴임사 취지와 비슷한 이 전 총장의 사과문을 베꼈다”고 시인했다.오 공보관은 “문장을 수정해서 장관께 드리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그러지 못했다”며 “전적으로 내 잘못이고 장관께서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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