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신랑 아버지가 주례 맡은 이색 결혼식

  • 입력 2002년 11월 4일 19시 54분


신랑의 아버지가 주례를 서는 ‘이색 결혼식’이 열려 하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3일 오후 1시 이정현(李正顯·34), 임해경(任海京·26)씨의 결혼식이 열린 대전 중구 대흥동 D예식원 2층 홍실.

“사상 처음으로 아버지가 아들 결혼식에서 주례를 서며 행복 서약의 증인이 되는 결혼식을 거행하겠습니다.”

사회자의 소개가 있자 신랑 이씨의 아버지 종오(鍾旿·57)씨는 신랑 부모석에서 주례석으로 가 “두 사람이 평생 이해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행복을 일궈나가길 바란다”며 10분 정도 주례사를 낭독했다.

주례와 신랑 부친이 동일인이어서 호칭과 절차 등도 다소 색달랐다.

종오씨는 이어 ‘신랑 신부의 부모에 대한 인사’순서가 되자 “신랑 신부인 아들과 며느리는 단하로 내려가 신부측 부모인 사돈에게 먼저 인사를 하세요”라고 주문했다.

또 신랑측 부모가 인사를 받아야 할 차례가 되자 “행사 진행상 주례석을 비우기 어렵다”며 아내에게만 인사를 하도록 했다.

사진 촬영 시간에도 종오씨는 주례와 부모로서 각각 두 번 신랑 신부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날 주례는 종오씨가 주례를 부탁한 2∼3명의 지인들이 개인 사정 등을 이유로 거부하자 스스로 자원해 맡은 것.

종오씨는 “부모가 주례를 맡을 경우 별도의 주례를 모시는데 따른 번거로운 절차나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충심으로 결혼을 축복하는 사람이 결혼서약의 증인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같은 결혼식이 하나의 혼례 문화로 자리잡아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부 임씨는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부담스러웠지만 아버님의 설명을 듣고나니 관행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 수용했다”며 말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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