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성폭행 자백 피의자 2심 무죄…여성단체 반발

  • 입력 2002년 11월 1일 18시 47분


경찰에서 성폭행을 자백하고, 피해 여성도 범인으로 지목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20대가 항소심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무죄판결을 받고 풀려나 여성단체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부산고법 형사2부(재판장 김수형·金壽亨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성폭행을 한 혐의로 기소된 오모씨(26)에 대한 강간치상죄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뒤엎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직접 증거인 피해자와 피해자 언니의 진술은 경찰의 잘못된 단서에 따라 피고인을 용의자로 지목한 것이라서 신빙성이 없다”며 “피고인의 인터넷게임 ID가 범행당시 접속돼 있었던 사실 등 피고인의 변명이 사실이 아니라고 볼 결정적인 증거도 없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이 경찰조사에서 범행사실을 순순히 자백했다고 하나 공판과정에서 경찰에서 진술한 부분과 범행 재연부분에 대해 부인하고 있어 증거능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부산성폭력상담소는 성명서를 내고 “성폭력 피해자인 성인여성의 진술이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다면 무엇이 성폭력 사건의 증거냐”며 “재판부는 납득할 만한 무죄선고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명서는 또 “재판부는 피의자가 범행시간에 인터넷게임에 접속 중이었다고 내세운 알리바이를 인정했지만 다른 사람의 아이디로 게임하는 경우는 흔하기 때문에 무죄의 증거로 볼 수 없다”며 “재판부의 잘못된 판결 때문에 힘없는 여성 피해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오씨는 2000년 12월 부산 호포지하철역 여자 화장실에서 강모양(19)을 성폭행해 전치 6주의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으며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받자 “경찰관의 폭행에 의한 허위자백”이라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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