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용의자 검찰 조사중 숨져

  • 입력 2002년 10월 27일 18시 28분


검찰청사 안에서 조사를 받던 30대 살인혐의 피의자가 갑자기 숨져 파문이 일고 있다.

검찰은 “구타 등 가혹행위는 절대 없었다”고 밝혔지만 피의자의 유족측은 폭행 등 강압수사에 의해 사망했을 가능성을 강력히 제기하고 있다.

서울지검은 25일 오후 긴급 체포돼 강력부에서 조사를 받던 조천훈씨(32)가 26일 낮 12시경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인근 강남성모병원으로 옮겼으나 이날 오후 8시경 숨졌다고 2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이날 오전 1시부터 6시반까지 서울지검 11층 특별조사실에서 조사를 받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낮 12시경 추가 조사를 위해 수사관들이 깨워 의자에 앉히자 갑자기 옆으로 쓰러지면서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는 것.

조씨의 유족들은 “조씨의 눈과 목, 다리 등에 멍든 자국이 남아 있었고 머리도 부어 있었다”며 가혹행위로 인한 사망 의혹을 제기했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부검하는 과정에 조씨의 머리에 뇌출혈이 발견됐고 가슴과 옆구리 등 4곳에 내출혈 흔적이 발견됐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주장했다. 조씨를 처음 검안한 강남성모병원 관계자는 “병원에 왔을 때 이미 동공이 풀리고 심장 박동이 없는 상태여서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밝혔다.

경기 파주시의 폭력조직 S파 조직원으로 알려진 조씨는 98년 6월 두목 신모씨(지명수배)의 지시를 받고 신씨와 주도권 다툼을 벌이던 박모씨의 경기 고양시 일산구 자택에 장모씨(구속) 등 4명과 함께 찾아가 박씨를 살해하고 99년 10월 이 사실을 미끼로 돈을 요구하던 이모씨도 조직원 6명과 함께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당시 2건의 살인사건은 경찰에서 자살과 미제사건으로 처리됐으나 검찰은 최근 수사를 재개해 관련 혐의를 밝혀낸 뒤 권모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이 과정에서 공범인 또 다른 살인혐의 피의자 최모씨가 25일 오후 9시경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특조실에서 도주해 검찰이 수배조치를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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