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대구/경북]점자책 ‘한국문화 기초용어집’ 펴낸 유인선씨

  • 입력 2002년 10월 20일 17시 57분


20일 ‘문화의 날’에 맞춰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책 ‘한국문화 기초용어집’(전3권)을 펴낸 대구대 점자도서관 유인선(柳仁善·42)씨는 “문화에 대한 욕구는 시각장애인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국립국어연구원의 책을 점역한 이 책은 한국의 음식 옷 집 명절 놀이 문학 문화재 특산물 등 14개 분야 235가지 항목을 담았다. 문화용어에 관한 점자책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력을 잃었다고 못보는 것은 아닙니다. 느끼고 상상하면서 세상을 얼마든지 봅니다. 지난해 시각장애인들과 ‘친구’라는 영화를 봤는데 조금씩 배경설명을 해주니 저보다 감상을 더 잘 하더라고요. 눈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유씨는 이 대학에 재학중인 시각장애인 60여명과 문화유적 답사를 하면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문화정보를 담은 책이 절실했다고 한다. 6개월에 걸쳐 6000부를 제작한 점자도서관측은 이날부터 전국 지자체와 공공도서관, 특수학교, 대학, 장애인복지단체 등에 무료배포한다.

“문화용어 점자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시각장애인 100여분이 도서관으로 연락을 해왔어요. 꼭 필요하니 보내달라고 합니다. 시각장애인과 함께 문화유적지에 한번 가보세요. 비장애인이 조금만 관심을 주면 훨씬 더 섬세하게 문화재를 느낍니다. 시각장애인은 감상능력이 없을 것이라는 선입관부터 버리는 게 올바른 문화적 태도가 아닐까요.”

점자책을 15년째 만들고 있는 유씨는 87년 시각장애인 교수의 일을 돕다가 점자의 세계에 ‘눈을 떴다’고 한다. 교육부의 위탁을 받아 전국 13개 맹인학교에 제작보급한 점자교과서 75만권, ‘올바른 언어예절’‘우리말 바로쓰기’ 등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책들은 거의 유씨의 손을 거쳤다.

“6개의 점으로 모든 것을 표현해 내는 점자는 위대한 문자입니다. 일본이나 미국에는 점자로 대중잡지가 나올 정도로 발달했어요. 병 있는 사람을 위해 약이 나오는 것처럼 눈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점자가 보급될 뿐 장애와 비장애를 차별할 이유가 없잖아요.”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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