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근무제]勞使 모두 ‘시행시기-임금보전’ 강경 반발

  • 입력 2002년 10월 15일 17시 48분


《주5일 근무제 정부 입법안이 15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됨에 따라 이제 이 입법안은 국회로 넘어가 정당간의 저울질 대상이 될 예정이다. 2000년 10월 노사정이 기본원칙에 합의한 뒤 2년 만의 일이다. 하지만 노동계와 경영계는 여전히 정부 입법안의 내용이 크게 미흡하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로선 국회 통과 여부를 예상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주5일 근무제를 둘러싼 노사의 쟁점과 주요 용어를 정리한다.》

주5일 근무제 정부 입법안이 국회로 넘어갔지만 노동계와 경영계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노사 모두 정부안 중 합의된 항목은 아무것도 없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내세우는 상황이다. 노사는 시행 시기에서부터 큰 이견을 보이고 있으며 임금 보전, 초과 근로 할증률, 탄력근로시간 등을 놓고도 대립하고 있다.

▽시행 시기〓노사가 가장 크게 대립하는 쟁점이다. 정부안은 공공과 금융, 보험, 1000명 이상의 대기업이 2003년 7월부터 주5일 근무제를 시작하고 종업원 20명 미만 사업장은 늦어도 2010년까지는 도입하도록 정해 놓았다.

그러나 민주노총 등은 주5일 근무제 입법안이 입법취지에 맞게 장시간 노동을 하는 노동자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20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전체의 56%가 넘는 760여만명이기 때문에 주5일 근무제 도입이 앞당겨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주노총 등은 주5일 근무제를 즉각 전 사업장에 실시하거나 늦어도 2∼3년 안에는 모두 도입하도록 법안이 손질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를 위주로 한 경영계는 주5일 근무제 첫 실시 시기를 2005년 이후로 늦춰야 한다고 맞선다. 대다수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하청을 맡고 있는 실정이라 대기업이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면 중소기업들은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계는 노동자들의 연장근로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의 여건을 고려할 때 주5일 근무제를 2005∼201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10명 미만 사업장은 도입 시한을 정하지 말고 유예할 것을 제안했다.

▽임금 보전〓정부 입법안은 노동자들이 주5일 근무제 실시 이전에 지급 받았던 총액 기준의 임금 수준이 법 시행 이후에도 떨어지지 않도록 정해 놓았다. 임금명세에 포함되는 각종 수당과 상여금 등의 구체적인 명목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위임했다.

노동계는 정부 입법안이 총액 수준만 떨어지지 않도록 했기 때문에 경영계가 연월차수당 등 일부 수당은 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노동계는 그동안 줄곧 개정되는 법 부칙에 임금보전의 세부 항목을 명시할 것을 요구해 왔다.

특히 노동계는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된 첫해에 한 차례만 임금이 보전되도록 한 것과 관련해 기존 입법예고안의 내용이 후퇴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된 2년째에는 경영계가 임금을 보전해 주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경영계는 일한 시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변동급여(연월차수당과 생리휴가수당 등)는 보전해 줄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유급 주휴일은 ‘무노동 무임금’원칙을 적용해 무급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타 항목〓정부 입법안은 초과근로할증률을 50%로 하되 첫 4시간에 대해서는 25%를 적용하도록 했다. 또 시간외 근무를 해도 수당을 추가로 주지 않아도 되는 탄력근로시간 단위를 3개월 이내로 정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초과근로할증률은 현행 50%를 유지하거나 일을 더할수록 할증률이 늘어나는 체증제도를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기업의 부담을 감안해 초과근로할증률을 일률적으로 25%로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또 탄력근로시간과 관련해 노동계는 노동자들의 근무여건을 악화시킬 것이므로 현행 1개월을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계는 주 40시간제를 실시하는 거의 모든 국가가 탄력근로시간 단위를 1년으로 하고 있다며 국제기준화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특히 노동계와 경영계는 각자의 입맛에 맞는 국제기준의 휴가일수와 제도를 근거로 제시해 일반인들에게 적지 않은 혼란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회 전망〓주5일 근무제 정부 입법안의 국회 통과를 놓고 노동계는 총파업을 무기로, 경영계는 국회를 상대로 각각 투쟁과 설득에 나섰다. 여기에 정부는 입법안의 국회 제출에 만족하지 않고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혀 ‘삼인삼색(三人三色)’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정부 입법안에 대해 보통 본회의 보고와 상임위원회 회부,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의, 상임위 의결, 법사위 회부, 본회의 회부 등의 절차를 밟아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 여부를 결론짓게 된다.

현실적으로는 이번 정기국회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예년보다 한 달 정도 단축돼 입법안을 깊게 심의할 여유가 없다. 더구나 노사가 표면적으로 입법안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기 때문에 국회가 속전속결식으로 통과시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결국 주5일 근무제 입법안은 이번 정기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노사 양 진영의 반발 강도와 정부의 강력한 의지 등이 맞물려 상당 기간 파행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5일 근무제 정부안과 노사 요구사항 비교
항목정부 입법안노동계경영계
시행시기공공, 금융, 보험, 1000명이상 2003년7월
300명이상 2004년7월
100명이상 2005년7월
50명이상 2006년7월
20명이상 2007년7월
20명 미만 대통령령(2010년 시한)
2∼3년내 모두 도입2005∼2012년 단계도입
임금보전임금총액수준 유지구체 보전항목 명시연월차, 생리수당 제외
월차휴가폐지폐지 반대폐지
연차휴가15∼25일축소 반대15∼22일
연차 가산2년에 하루1년에 하루3년에 하루
생리휴가무급화현행 유지폐지
주휴일유급 유지유급 유지무급화
선택적보상휴가제노사합의로 근거 마련미사용시 금전보상노사합의로 도입
초과근로상한3년한시 주 16시간주 8시간으로 축소주 16시간으로 연장
초과근로할증률50%(첫 4시간 25%)체증 할증률 도입25%
탄력근로시간단위3개월 이내현행 1개월 유지1년
단협과 취업규칙갱신노력 의무화해당 조항 폐지갱신 의무화

이 진기자 leej@donga.com

▼오해하기 쉬운 표현, 생소한 용어들▼

주5일 근무제는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가 2년이 넘게 협상을 벌여온 사안이지만 아직도 이와 관련된 용어들 가운데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것이 적지 않다. 대부분이 근로기준법에 있는 법률용어인 데다 복잡한 임금 및 휴가체제를 표현하고 있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오해하기 쉬운 표현이나 생소한 용어들을 알기 쉽게 정리한다.

▽주5일 근무제인가, 근로시간 단축인가〓언론에서는 ‘주5일 근무제’란 용어를 관행적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본래는 근로기준법의 법정 근로시간을 주당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이는 것을 뜻한다. 정부안대로 근로기준법이 개정돼 근로시간이 4시간 줄어들면 토요일을 쉴 수 있어 주5일 근무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현재 실시 중인 모든 주5일 근무제가 법정 근로시간의 단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11월부터 주5일 근무제를 하기로 합의한 증권업의 경우 평일 근무시간을 30분씩 늘려 토요 휴무를 실시한다. 따라서 주5일 근무제 이전과 이후의 실제 근로시간은 달라지지 않는다. 정부는 법정 근로시간이 줄어야 실제 근로시간 단축 효과가 클 것으로 본다.

▽고정급여와 변동급여〓고정급여는 임금 중에서 기본급과 직무수당 등의 항목을 말한다. 고정급여는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통상임금이라고 부른다. 반면 변동급여는 일을 더하는 것에 비례해 늘어나는 임금이다. 연장근로수당과 연월차수당 등이 여기에 속한다. 퇴직금을 산정하는 데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은 고정급여와 변동급여를 모두 포함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정해진 기간에 사용자가 특정 일과 특정 주에 초과근로를 시켜도 시간외수당을 주지 않을 수 있는 제도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1개월을 단위로 하루 12시간, 1주일에 56시간까지 연장 근무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식품 등 계절산업과 유통업, 일부 수출업종 등 일감이 한꺼번에 몰리는 부문에서 주로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선택적 보상휴가제〓근로자가 초과근로를 했을 경우 그에 대해 돈을 더 받을 것인지, 아니면 휴가를 쓸 것인지를 선택하도록 하는 제도다.

▽주휴일과 월연차휴가〓주휴일은 사용자가 1주일에 평균 하루 이상의 유급휴일을 주는 것으로 보통 일요일에 해당한다. 월차휴가는 한 달에 하루의 유급휴가를, 연차휴가는 1년간 개근한 근로자에게 10일의 유급휴가를 주는 것을 말한다.

▽유급휴가와 무급휴가〓유급휴가는 일을 하지 않고 휴가를 가도 일을 한 것으로 치고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무급휴가는 휴가를 갈 경우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따라서 생리휴가가 무급화되면 휴가를 쓸 경우 휴가일수만큼 임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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