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로씨 비리폭로 대가달라" 민주당 상대 소송

  • 입력 2002년 10월 14일 10시 39분


1996년 3월 당시 청와대 제1부속실장 장학로(張學魯)씨의 축재비리를 폭로한 백모씨(44·여)가 "민주당측이 폭로 대가로 약속한 돈을 주지 않는다"며 3일 민주당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상대로 서울지법 남부지원에 총 3억원의 약정금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백씨는 소장에서 "96년 2월 알게된 당시 국민회의(현 민주당) 오길록(吳佶錄) 종합민원실장이 장씨의 비밀을 폭로하면 현금 1억원과 큰 빌딩 내 구내식당, 올림픽공원내 매점 등을 주겠다고 했지만 99년 9월까지 현금 8000만원 밖에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소장에 따르면 국민회의측은 96년 폭로 기자회견 직후 3000만원, 같은 해 9월 1000만원, 99년 6월 3000만원, 같은 해 9월 1000만원을 백씨에게 지급한 것으로 돼있다.

백씨는 또 "올해 8월 민주당 차모 실장이 이미 지급한 8000만원을 뺀 2억2000만원의 정신적 피해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받지 못했다"며 "폭로 뒤 당시 고등학생 아들은 정신적 불안감으로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고, 본인은 친지와 친구들에게서 비난을 받는 등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말했다.

백씨는 99년 6월 3000만원을 받은 영수증과 각서, 민주당에 낸 인터넷 민원서 사본, 그리고 민주당 관계자들과의 대화록 사본을 함께 제출했다.

백씨는 장씨의 동거녀인 김모씨 남동생의 전 부인으로 96년 2월 장씨의 부정축재 사실을 당시 국민회의측에 제보하고 그해 3월 이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편 96년 15대 총선직전 백씨와 함께 장학로씨의 비리를 폭로했던 오길록 당시 국민회의 종합민원실장은 14일 "돈을 주기로 하고 폭로를 했다는 백씨의 주장은 사실 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오씨는 "폭로 후 백씨가 돈을 달라고 졸라 댔고, 당시 나도 전국구 19번을 받은 상태여서 전국구 받은 셈 치고 내 개인 돈 4000만원을 백씨에게 주었다"며 "그러나 이는 단순히 위로금이며 당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오씨는 "당시 백씨가 돈을 요구한다고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에게 보고를 하자 권 전 최고위원은 '돈을 절대 주면 안된다. 역공작일 수도 있다'고 말해 백씨를 설득했었다"며 "개인적으로 돈 준 사실은 당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씨는 "구내식당이나 공원 매점건은 '우리가 만일 집권하게 되면 뭔가 도와줄 일이 있지 않겠느냐'고 가볍게 얘기했던 것이고, 야당시절에 어떻게 그런 약속을 해 줄 수가 있었겠느냐"고 약정사실을 극구 부인했다.

한때 국민회의에서 '폭로 전문가'로 명성을 날리기도 했던 오씨는 정권교체 직후 수뢰혐의로 구속되는 등 잡음을 빚어 당을 떠났고, 현재는 별다른 직업 없이 소일하고 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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