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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0월 10일 1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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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검사 김용헌·金庸憲)는 10일 아내를 홍콩에서 살해한 뒤 납북 미수사건으로 위장한 혐의(살인 등)로 기소된 윤씨에게 살인혐의로 징역15년, 사기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 징역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말다툼 도중 김씨가 넘어지면서 숨졌다고 주장하나 전문가들의 감식결과 김씨가 ‘끈에 의한 질식사’로 숨진 것으로 판정된 점 등을 볼 때 피고인이 김씨를 살해한 것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아내를 살해하고도 범행은폐를 위해 북한 공작원이라는 누명을 씌워 그 가족들에게까지 간첩의 가족이라는 고통을 준 것을 생각할 때 중형을 선고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87년 1월 초 홍콩에서 부인을 살해한 윤씨는 싱가포르 주재 북한대사관에 월북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한국으로 귀국해 “여간첩인 아내 수지 김과 싱가포르 주재 북한대사관에 의해 납북될 뻔했다가 탈출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안기부는 윤씨를 추궁한 끝에 윤씨가 수지 김을 살해한 뒤 벌인 납치미수 자작극임을 밝혀냈으나 기존의 잘못된 발표를 번복하지 않으려고 진상을 은폐했다.
영원히 묻혀질 뻔한 ‘수지 김 살인사건’은 2000년 주간동아의 ‘87년 납북미수사건을 아십니까’라는 기사로 수사당국과 여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윤씨는 지난해 11월 공소시효를 50여일 남기고 구속기소돼 살인 혐의는 무기징역, 사기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6년이 구형됐다.
이날 방청석에 있던 김씨의 유족들은 선고가 내려지자 “윤씨는 한사람만 죽인 게 아니라 우리 가족들까지 죽인 것이나 다름없는데 이게 무슨 정의이며 법이냐”고 울부짖으며 형량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길진균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