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씨 병역면제 의혹]33명계좌 추적…금품수수 못찾아

  • 입력 2002년 10월 2일 06시 43분


검찰이 김대업(金大業)씨가 제기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장남 정연(正淵)씨의 병역면제 의혹 주장이 믿기 어렵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가장 큰 이유는 김씨가 ‘결정적인 증거’라고 제출한 녹음테이프에서 ‘결정적인 결함’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또 병적기록표 위변조 및 대책회의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대부분 확인됐다.

검찰은 이에 따라 테이프의 성문(聲紋) 분석 작업과 계좌추적이 마무리되는 대로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따라서 마무리 수사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튀어나오거나 김씨가 추가로 비리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 한 수사 결론이 뒤바뀌지는 않을 게 확실시된다.

▽병역면제 청탁과 금품 제공〓김씨가 제출한 테이프는 이 사건의 출발점이자 가장 중요한 열쇠다. 테이프에는 ‘김도술씨가 병무청 유학담당 직원과 함께 한나라당 이 후보의 부인 한인옥(韓仁玉)씨를 만나 병역면제 청탁과 함께 2000만원을 받았다’는 내용이 녹음돼 있다고 김씨는 주장해왔다.

그러나 검찰은 김씨가 녹음에 사용한 테이프의 생산 시점이 김씨가 주장한 99년 3∼4월이 아니라 이보다 최장 2년반까지 늦은 사실을 확인했다. 녹음 내용을 보이스펜에 보관하다가 테이프로 옮겨담은 테이프라고 보기에는 시간차가 너무 큰 셈이다.

물론 김씨가 99년 4월 이후에 김도술씨와 개인적으로 만나 녹음했거나 따로 최초 복사본을 보관하고 있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또 테이프의 사후 제작 사실이 테이프 내용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곧바로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검찰은 테이프의 결정적인 결함 때문에 법원에 제출할 형사소송법상의 증거로 채택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테이프로 시작된 수사에서 테이프 자체를 믿을 수 없다면 다른 것은 의미 없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또 검찰이 김도술씨와 이 후보의 측근 이형표(李亨杓)씨 등 병역면제 의혹 관련자 33명에 대한 금융계좌 추적에서 의심스러운 돈의 흐름을 발견하지 못한 것도 김대업씨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믿는 이유다.

▽병적기록표 위변조 및 은폐대책회의〓검찰은 이 부분의 수사를 위해 110명이 넘는 관련자들을 조사했지만 병적기록표가 위변조됐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 정연씨 병적기록표를 놓고 제기된 20여가지 의혹과 관련해 관계자 조사와 필적 감정, 다른 병적표와의 정밀 대조 작업을 벌인 결과 거의 대부분 의혹이 해소됐다는 것.

97년 은폐 대책회의와 관련해서도 김길부(金吉夫) 전 병무청장이 다소 오해받을 만한 말과 행동을 했지만 조직적인 은폐 대책회의는 없었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향후 전망〓앞으로 김씨가 보관하고 있다는 원본이나 또 다른 결정적인 증거를 검찰에 내놓는다면 사건의 흐름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검찰이 김씨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배경에는 테이프 제작상의 중대한 결함말고도 또 다른 ‘중대한 결함’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결과 발표시 테이프의 결정적 하자와 이를 증거로 채택할 수 없는 이유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진짜 최초 복사본은 호주에 있다”는 김씨의 주장에 대해 더 이상 신뢰를 갖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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