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 총장 오랜 침묵 깨나

  • 입력 2002년 9월 13일 18시 20분


“10월경이면 일선 검찰청 순시도 나가고 검사들과 만날 여유도 있을 것입니다.”

이명재(李明載·사진) 검찰총장이 오랜 침묵을 깨고 말문을 열었다.

영국에서 열린 국제검사협회(IAP) 총회에 참석한 뒤 귀국한 이 총장은 13일 오전 출입기자들을 만났다. 이날 간담회는 이 총장이 1월18일 취임 직후 대검 기자실에 다녀간 이후 처음 있는 일.

이 총장은 여전히 말은 아꼈다. ‘병풍(兵風)’ 수사와 같은 민감한 현안을 기자들이 묻기도 전에 “영국 갔다 와서 아직 서울지검장의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피해 나갔다.

하지만 이 총장은 외유를 다녀온 직후 간담회를 열고 말문을 여는 등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던 7월11일 당시와는 사뭇 다른 모습도 비쳤다.

그는 김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金弘業) 전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과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을 기소한 뒤 검찰 총수로서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으나 반려됐다.

사표가 반려된 뒤 집무실에서 칩거하며 외부와의 접촉을 아예 끊었던 이 총장은 “경쟁을 물리치고 2004년 IAP 제9차 총회를 한국에 유치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9월 말까지 국정감사를 받고 나면 10월경에는 지방 검찰청 순시를 나가 검사들을 만날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병풍 수사가 그때쯤 끝난다고 보면 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이 총장은 대답 대신 특유의 온화한 웃음으로 받아 넘겼다.

일각에서는 이 총장이 지방 검찰청 순시 계획까지 털어놓은 것을 놓고 이제부터 ‘침묵을 접고 할 말은 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성급한 기대를 걸기도 한다.

대검의 한 간부는 “모든 사심을 버리고 외풍을 막고 검찰권을 수호하자는 뜻에서 한 말씀 한 것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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