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이자없이 빌린돈도 뇌물”

  • 동아일보
  • 입력 2002년 9월 11일 18시 38분



공직재직시 청탁자에게서 이자나 변제일 등에 대한 구체적 약정 없이 돈을 빌렸다면 그 과정의 금융 편의도 뇌물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2부(이성룡·李性龍 부장판사)는 11일 군법무관 복무 중 토지교환 청탁과 함께 1억원을 받았다가 문제가 되자 되돌려준 혐의로 구속기소된 변호사 고 모씨(42)에 대해 뇌물수수죄를 인정해 자격정지 1년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고씨가 군부대 토지교환을 청탁한 윤모씨에게서 이자나 갚는 날짜 등을 정하지 않고 1억원을 빌린 것은 직무와 관련해 금융 편의를 제공받은 것이므로 뇌물죄에 해당한다”며 “그러나 초범이고 이미 295일간 구속도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징역형을 선고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고씨는 지난해 6월 군부대 토지 일부를 빌려 많은 돈을 투자한 뒤 계약만료를 앞둔 윤모씨에게서 “사유지와 부대토지를 교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고씨가 받은 1억원을 뇌물로 보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혐의로 기소했으나 고씨가 “빌린 돈”이라고 주장하자 항소심에서 형량이 낮은 형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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