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미리 맛보고…학점도 따고…

  • 입력 2002년 9월 4일 19시 24분


숙명여대의 1학기 수시모집에 합격한 고3학생들이 대학이 마련한 예비대학생 프로그램에 참가해 외국인 교수와 함께 영어회화를 배우고 있다. - 이인철기자
숙명여대의 1학기 수시모집에 합격한 고3학생들이 대학이 마련한 예비대학생 프로그램에 참가해 외국인 교수와 함께 영어회화를 배우고 있다. - 이인철기자
‘대학생활도 맛보고 학점도 따고 일석이조.’ 2003학년도 대입 1학기 수시모집에 합격한 고3 학생들은 요즘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다른 친구들은 2학기 수시모집이나 11월6일 실시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느라 한창 바쁠 때이지만 일찌감치 합격증을 거머쥔 수시 합격자들은 여유가 있다. 이미 합격한 상태라 학교에 가서도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고 친구들에게 방해가 될 것 같아 학교생활도 예전 같지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수시합격자들을 위해 대학들은 다양한 예비대학생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어 잘만 활용하면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비 새내기 교육 강화〓지난해 15개 대학보다 2배나 많은 31개 대학이 여름방학이나 2학기 등을 이용해 입학 전 교양과목을 이수하고 학점도 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별로 1∼9개 정도씩 모두 91개의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프로그램은 입학 전 다양한 경험과 자기 계발의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방학뿐만 아니라 학기 중에 프로그램을 개설한 대학도 22개교나 된다.

프로그램을 수강한 예비 대학생들에게 미리 학점을 인정해 참여의 폭을 넓힌 대학도 20개교에 이른다.

사회봉사활동이나 오리엔테이션 등의 프로그램은 학점을 인정하지는 않지만 선택이 아닌 의무사항으로 정한 곳도 많다. 학생들을 모아놓고 강의하거나 사이버 강좌로 운영하기도 한다.

▽교양 컴퓨터 강좌 풍성〓연세대는 ‘지구와 우주’ ‘중국 문화와 예술’ ‘청소년의 갈등과 자기 이해’ ‘대학생활과 고전’ 등 2∼3학점씩을 7개 교양 강좌를 마련했다. 1학기 수시 합격자는 6학점까지 들을 수 있다.

한양대는 9월23일부터 11월16일까지 8주간 ‘말과 글’‘사이버윤리’‘실용영어’‘컴퓨터 프로그래밍’ 등 2,3학점짜리 사이버 강좌를 운영한다.

성균관대는 1, 2학기 수시 합격자들이 대학 졸업 때까지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인성, 정보, 국제화 등 ‘3품제’를 미리 이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토익 850점, e-테스트 2급, 사회봉사활동, 지도교수까지 배정한 도야(陶冶)경로, 월별 특강 등 5개 강좌를 개설했다.

이화여대도 졸업을 위해 반드시 따야 하는 영어졸업인증제, 컴퓨터인증제 강좌를 도입해 3학점씩을 주고 있다. 12월부터 내년 1월까지 운영되는 이화영어캠프에서는 영어로만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숙명여대는 컴퓨터 파워포인트, 차세대 여성지도자과정, 영어특강, 홈페이지 만들기에서부터 여대의 특성을 살린 메이크업과 피부관리, 네일캐어와 발관리 등 미용 관련 강좌까지 다양하게 마련했다.

조선대는 교양과정인 사이버 예비대학과 어학교육원, 정보전산원 등으로 나눠 9개 강좌를 실시한다. 사이버 예비대학에서는 ‘성공하는 대학생을 위한 리더십’ ‘아하, 성(性)’ ‘재미있는 세계 문화기행’ 등 2학점짜리 강좌 9개를 운영하고 있다.

건양대는 11월부터 12월까지 IT(정보화)교육을 실시해 2학점을 주며, 서남대는 사이버 강좌를 통해 실용영어를 가르친다. 한국기술교대는 대학 교육의 기초를 다지기 위해 3학점인 대학수학기초와 2학점인 기초영어를 마련했다.

▽고교 생활 소홀히 말라〓일선 고교들은 예비 대학생들의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학과 고교 생활을 동시에 하다 보면 어수선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대학별 예비교육 프로그램이나 자신이 설계한 체험학습, 학원 수강 등을 제외하고는 고교 생활을 정상적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 중간, 기말고사도 보고 교내 학사 일정상 필요한 경우 반드시 참가하는 게 좋다.

서울시교육청 중등교육과 박건호(朴建鎬) 장학사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체험학습 계획을 세워 학교의 허가를 받으면 된다”며 “어학, 컴퓨터 등 대학공부에 필요한 실력을 쌓는 등 대학생활을 준비해 두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3학년도 수시모집 합격자 지도 프로그램
대학프로그램기간학점
건국대Academic Adviser2학기 
강의수강·학점취득9
동계 학기 강좌이수12월∼내년 1월6
영어·컴퓨터9∼11월 
도서관·학생복지시설이용혜택9∼내년 2월 
건양대IT교육11∼12월2
경남대사이버강좌(2과목)9.2∼12.201
경동대자기개발연수 프로그램9.27∼28
경희대예비새내기 안내9∼12월
고려대동계 예비대학겨울방학 4주3
남부대예비교과과정8주
동국대신입생 교육내년 1.15∼2.53
동덕여대전산2학기
영어
고적답사
초청 강의
배재대기초 영어 회화4주
기초 중국어 회화
기초 일본어 회화
부산가톨릭대예비대학미정
서강대사이버 강의2학기6
영어교육겨울방학
컴퓨터교육겨울방학
봉사활동2학기
서남대실용영어10.7∼10.26
컴퓨터의 활용11.15∼12.6
서울여대자유학교Ⅰ-자신있는 나2학기6
자유학교Ⅱ-SWELL로 나를 깨우자9.9∼12.6교양학점인정
자유학교Ⅲ-컴퓨터와미래9. 5∼10. 316
선문대사이버강좌-세계문화와국제 예절8.26∼12.13
성균관대국제품(토익850점)9∼12월
정보품(e테스트 2급)9∼12월
사회봉사활동9∼12월
도야경로9월∼내년 2월
월별 특강9∼12월
세종대교양영어28.25∼12.153
컴퓨터개론·실습28.25∼12.153
숙명여대파워포인트, 메이크업피부관리, 네일캐어 발관리, 차세대여성지도자과정영어특강, 홈페이지제작,사이버강좌8∼9월1
신입생 영어특강9월1
홈페이지 제작 9월1
사이버 학부강좌9월1
아주대사이버 강의2학기3
어학연수8.20∼9.203
연세대지구와 우주9.1∼12.213
중국문화와 예술3
청년기의 갈등과 자기이해3
현대인의 생활영양3
인간 행동의 심리적 이해3
프랑스 문화와 예술3
대학생활과 고전2
성공적인 대학 생활0
원광대예비신입생 안내2박3일
이화여대영어인증 토익반 9∼12월3
컴퓨터인증 MOUS과정9∼11월3
이화영어캠프12월∼내년 1월3
동계 리더쉽 캠프내년 2월
대학영어 등 어학9∼12월
홈페이지 제작과정 등 size=2>컴퓨터 강좌9∼11월
전주대컴퓨터 >12.10∼내년 1.15
조선대사이버 예비대학(대학생리더십, 아하 성, 재미있는세계문화기행)12.15∼내년 2.142
어학원(영어회화, 토익,토플, 제2외국어)9.1∼내년 10.30Pass/Fail
정보전산원(엑셀, 파워포인트, 홈페이지 제작)12.10-내년 1.15Pass/Fail
천안대실용영어회화9∼11월2
PC통신과 인터넷
초당대인터넷 응용8.26∼12.72
토익
한국기술교대대학수학기초12월∼내년 1월2
기초영어3
호남대전공적용 학습 프로그램11. 9
정보사회와 컴퓨터2학기3
한국외대영어집중교육9, 10월2
계절학기(동계)12월, 내년 1월2
호서대조기교육 프로그램2학기2
홍익대생활영어, 교양일어,교양국어12월2
홍익대영어캠프(ELI)겨울방학3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작년에 수시합격해보니…

이상훈

지난해 1학기 수시모집에서 미리 합격했을 때 나는 ‘내가 정말 행복한 놈이구나’하고 무척 뿌듯해 했다. 남들보다 반년 이상 먼저 합격했으니 그럴만도 한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당장 여름방학부터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 생각하니 너무 막막했다. ‘대학 합격’이란 지상목표가 사라지자 마치 심리적 공황상태가 온 것처럼 허전하고 무료했다.

마침 한양대에서 수시 합격자들을 위해 ‘미리 가본 대학’이란 주제로 특별강좌를 개설했다. 영어회화, 컴퓨터, 단체강연 등 다양한 강의가 있었는데 포토숍을 이용해 자기 홈페이지를 만드는 컴퓨터 강좌가 재미있었다.

나름대로 영어를 좀 한다고 여겼던 나의 자존심은 영어회화 시간에 여지없이 구겨졌고. 이것이 계기가 돼 대학에 들어와서도 영어를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

조기 합격을 하면 대학 생활을 먼저 맛볼 수 있어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다. 각지에서 올라온 친구들을 일찍 만난 것도 큰 소득이었다. 다양한 학생들을 통해 내가 지금까지 세상을 너무 좁게 살지 않았나 하는 하는 반성도 하게 됐다.

대학에서 학점으로 인정하는 2학기 프로그램도 개설했는데 듣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웠다.고교 선생님은 대신 소설책을 읽으라고 권해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다. 대하소설 ‘아리랑’을 재미있게 읽는 등 모처럼 여유있게 많은 독서를 하면서 마음이 풍요로워진 것 같다.

그러나 수시 합격자를 위해 개선됐으면 하는 점도 많다. 학교 수업에는 참가하지 않았지만 매일 학교는 나가야 하는 점이 불편했다. ‘정시 등교, 오후 5시 하교’를 획일적으로 지켜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했다. 다른 친구들에게 방해가 될까 봐 조심하고 마음대로 행동할 수 없어 오히려 마음이 편치 않았다.

대학들이 가을에도 수시모집 합격자를 위해 더 많은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면 한다. 지금 고3이나 고2 수험생 후배들에게 수시모집에 적극 지원하라고 권하고 싶다. 미리 합격하면 그만큼 공부나 대학설계에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 상 훈 (한양대 도시건설환경공학과군 1년)

■올 1학기 수시 합격했는데…

강지희

올 1학기 수시모집에서 성균관대 사회과학계열에 합격했다. 혹시 떨어질까 봐 불안에 떨었지만 막상 합격 통지서를 받고 나니 그동안의 긴장이 풀려 한동안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학 입학 전까지 남은 기간 동안이 미래를 위해 가장 소중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졌다. 그 중에서도 대학생활에 꼭 필요한 것과 앞으로 진로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들을 골라 남은 기간 동안 반드시 실천하기로 결심했다.

앞으로 내가 다닐 성균관대는 영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졸업장을 주지 않는 ‘삼품제’를 실시한다. 그래서 우선 입학 전까지 영어 공부에 충실하기로 하고 인터넷 영어교육 사이트에 등록했다. 기회가 닿는 대로 외국인 친구를 많이 사귀어 외국어도 배우고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일을 하고 싶다.

중고교 학창생활 동안 시험 공부의 중압감에 시달리느라 운동을 별로 하지 못했다.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허리나 무릎에 통증이 오고 걸핏하면 몸살이 나서 고생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저녁마다 공원에 나가 운동을 하는데 몸도 가벼워지고 정신까지 밝아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체력을 기르는 일에도 노력하기로 했다.

육체적인 건강 뿐만 아니라 마음의 양식을 채우는 일도 소중하다. 수시모집에 합격한 뒤 쇼펜하우어의 ‘인생론’을 읽고 있다. 독서는 현재의 내 모습을 돌아보고 미래의 꿈을 키우는 데 좋은 길잡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방송국 프로듀서(PD)가 되는 것이 꿈이어서 2학년 때 신문방송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할 계획이다. 요즘은 신방과 전공과 관련된 책이나 이수해야 할 과목을 미리 훑어보고 있다. TV를 보거나 라디오를 들으면서 앞으로 내가 PD가 되면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까 하며 방송을 대하니 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의 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값진 시간이고 미래를 위한 준비기간이라고 생각하니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느껴진다.

강 지 희 (경기 과천 중앙고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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