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회계사에 첫 손배訴…예보, 안진상대 78억소송

  • 입력 2002년 8월 12일 18시 16분


정부가 기업의 분식(粉飾)회계를 적발하지 못한 회계법인과 공인회계사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처음으로 제기하기로 했다.

소액주주가 회계법인의 감사업무 소홀을 이유로 소송을 낸 적은 있으나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 차원에서 채권금융기관에 소송을 지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금보험공사는 12일 ㈜고합의 분식회계에 대한 감사를 소홀히 해 회사에 손실을 끼친 책임을 물어 안진회계법인과 소속 회계사 4명에 대해 78억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라고 채권금융기관인 우리은행에 알렸다고 밝혔다.

소송주체는 고합이 되며 곧 회계사의 개인재산에 대한 가압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예보는 현재 조사를 마쳤거나 진행 중인 다른 13개 부실기업의 회계법인에도 혐의가 입증되면 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어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예보는 “고합은 96년과 98년 결산에서 분식회계를 통해 이익을 부풀렸으며, 증권선물위원회는 96년 분식회계에 대해 감사인도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분식회계를 통해 불필요하게 지급된 주주배당금 25억2000만원, 법인세 53억3000만원을 소송대상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고합은 96년 단기차입금 2519억원을 건설 중인 자산 등과 상계처리해 자산 및 부채를 실제보다 적게 작성했고 지급이자 등 1634억원을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처리하는 분식회계를 통해 실제로는 244억원의 손실이 났는데도 82억원 흑자로 바꿔놨다.

또 98년에도 분식회계를 통해 적자규모를 1조272억원에서 7554억원으로 줄였다.

예보 최명수 조사단장은 “감사인이 금융기관 조회서와 실사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차입금 누락과 자산부채 과소계상을 적발할 수 있었는데도 관련 절차를 생략해 분식회계를 적발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진회계법인 홍순호 부대표는 “회사가 원천적으로 숨긴 부실을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며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 감사 절차를 수행했다”면서 “법정에서 손해배상의 부당함을 주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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