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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6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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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호적자들은 주민등록증 발급이 안 돼 의료보험 혜택이나 장애인 보조 등 국가로부터 전혀 보조를 받을 수 없다.
또 장애인으로 등록도 할 수 없어 장애인 학교조차 갈 수 없다.
물론 이들을 돌보는 장애인시설의 운영자가 법적 대리인으로 인정받은 뒤 호적 신청을 할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무호적 장애인들은 주로 비인가 장애인시설에 수용된 경우가 많은 데다 성인의 경우 이중 호적이 생길 우려가 있어 법원으로부터 인증서를 받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경기 고양시의 한 비인가 장애인시설의 경우 수용된 40여명의 장애인 중 10명이 무호적자다. 이들은 대부분 성인 장애인으로 장애인 등록이 안 돼 의료보험 등 국가로부터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원장 K씨는 “40여명을 돌보고 생활을 꾸려나가기도 빠듯하다”며 “무호적 장애인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도저히 여력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K씨는 “얼마 전 무호적자인 한 아이가 큰 병이 들어 100만원이 넘는 빚을 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고양시의 또 다른 비인가 장애인시설에는 장애인 20여명 가운데 4명의 무호적자가 수용돼 있다. 이들은 병이 날 경우 편법으로 다른 장애인의 의료보험증을 빌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원장 H씨는 “비인가 장애인시설들은 대부분 재정과 운영을 개인의 희생으로 꾸려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하루만 집을 비워도 곤란한 일이 많아 6, 7개월 이상 걸리는 호적 신청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호적자가 정신지체장애인에게 많은 것은 통상 길에 버려진 상태에서 비인가 장애인시설에 수용되기 때문이다. 연고자가 찾을 생각을 하지 않는 데다 본인들도 연고자를 찾을 수 없어 그대로 무호적자가 되고 만다.
이들 대부분은 정식 인가 시설이 아닌 비인가 시설에 수용되기 때문에 전국적인 무호적 장애인 실태 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다.
고양시 덕양구청 호적계 관계자는 “그동안 무호적 장애인들이 연간 4, 5건씩 호적 신청을 하곤 했는데 올해는 아직 없는 상태”라며 “비인가 시설의 경우 잘 파악이 안 되는 데다 호적계 인력이 부족해 일일이 찾아다니며 실태를 파악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보육시설 관계자는 “호적이 없다는 것은 국민으로서의 기본권을 전혀 누릴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무호적 정신지체장애인들의 경우 완전히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