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환자 홈페이지운영 설동민씨 마라톤완주하며 성금모아

  • 입력 2002년 8월 2일 18시 13분


한국교원대 영어교육학과 3학년 설동민씨.
한국교원대 영어교육학과 3학년 설동민씨.
난치병 환자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인터넷 홈페이지 ‘영원친구’(www.0179.wo.to)를 운영하는 설동민(薛東h·한국교원대 영어교육학과 3년)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날개 없는 천사’로 불린다.

홈페이지를 처음 만든 것은 2000년 12월 고교동창인 이모씨가 ‘길랑바레 증후군’이라는 희귀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병간호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이 병은 신경과 근육에 염증이 생겨 감각을 잃어 죽음에 이르는 무서운 병.

캐나다 어학연수를 위해 휴학까지 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운 친구를 외면할 수 없었다.

“친구가 팔이 가렵다는 사실을 알기까지 2시간이 걸렸습니다. 가려운 곳을 찾아 긁어주자 친구의 입가에서 비로소 미소가 보이더군요.”

설씨는 곧바로‘너를 위한 친구’라는 홈페이지를 만들고 투병기를 올리며 도움을 요청했다. 3개월 만에 2500만원이 각계에서 답지했고 친구는 다행히 회복, 올 2학기에 복학할 수 있게 됐다.

설씨는 이 일을 계기로 이 홈페이지를 각종 난치병 환자들을 위한 홈페이지로 다시 만들어 모금활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곧 백혈병을 앓고 있는 경기 안산시 문모군(15) 가족으로부터 연락이 왔고 설씨는 교원대 교수들과 각 기업체, 국회의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수백통의 편지를 일일이 써서 보냈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할 테니 m당 1원씩의 성금을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물론 1원이라는 액수는 상징적인 금액.

설씨는 6월 청주에서 열린 한 마라톤대회에서 풀코스를 6시간 27분 만에 완주했고 1500여만원의 성금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문군은 수술을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한동안 충격을 받았던 설씨는 요즘 밤마다 학교운동장을 1시간 이상씩 다시 뛰고 있다.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서울 모여대생 최모양(22)을 돕기 위해 9월 29일 강화마라톤대회에 참가하기 때문.

2일에도 달리기 연습을 하던 설씨는 “남을 돕는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것인지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며 행복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청주〓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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