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더 꼬이는 가락시영 재건축

  • 입력 2002년 7월 18일 17시 29분


13일 조합 창립총회를 열고 현대산업개발, 현대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한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 추진위간 의견 대립으로 법적 공방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13일 조합 창립총회를 열고 현대산업개발, 현대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한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 추진위간 의견 대립으로 법적 공방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13일 조합 창립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선정했던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재건축 추진위원회간 대립으로 법적 시비에 휘말릴 전망이다.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추진위(위원장 주영렬)는 18일 확정지분제추진위(위원장 김범옥)와 창립총회추진위(위원장 김흥중)가 공동으로 개최한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조합’(가칭·조합장 김범옥) 창립총회가 주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며 총회 무효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3일 창립총회에서는 조합원 3501명이 참석해 3121명이 현대산업개발 현대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 3사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재건축추진위는 “창립총회를 연 두 추진위가 전체 조합원 수를 아파트 소유주 6600명으로만 국한시켰지만 주택건설촉진법에 따라 상가 소유주를 포함하면 전체 조합원은 7086명으로 늘어난다”며 “창립총회에 참석한 3501명은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창립총회 개최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주영렬 위원장은 “변호사에게 자문해 이달 중 서울지법 동부지원에 소송을 낼 계획”이라며 “창립총회 녹취록과 관련 서류에 대한 증거보전 신청도 이미 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주민 대다수가 조합을 지지하고 있는 데다 창립총회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는 만큼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며 “현재 법률 검토작업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왜 법정으로 가나〓재건축사업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추진위간 반목이 가장 큰 이유. 이 사업에 모두 4곳의 추진위가 참여하고 있지만 조합설립 인가를 받을 수 있는 요건인 ‘조합원 80% 동의’를 받은 곳은 단 1곳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확정지분제추진위와 창립총회추진위가 협력해 세력을 넓혀 나가자 위기를 느낀 재건축추진위가 ‘법적 소송’이라는 승부수를 띄운 것. 위축된 세력을 재정비하기 위해 시간을 벌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현지 부동산 업소들은 분석하고 있다.

▽문제 해결 방법은〓무엇보다도 조합설립 인가를 받기 위한 요건인 ‘조합원 80% 동의’를 누가 먼저 받느냐가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

재건축추진위나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조합 모두 조합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조합원80% 이상의 동의서를 확보한 곳은 없다.

또 양측 외에 국민은행과 함께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락동 시영아파트 재건축추진위(위원장 김귀성)도 올 9월 재건축 조합 결성을 추진할 뜻을 분명히 하고 있어 단독으로 80% 이상의 동의를 얻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4개 추진위가 극적인 타협을 하지 않는 한 재건축 추진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아파트 가격만 들썩〓13일 조합 창립총회 이후 가락시영아파트 가격은 평형별로 1000만∼2000만원 올랐다. 재건축 기대 심리가 시세에 반영된 덕분이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인 성산부동산 고주석 사장은 “가락시영아파트는 다른 잠실 재개발 대상 아파트보다 시세가 낮게 형성돼 왔지만 최근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며 “사업계획 승인까지 이어진다면 가격이 다시 요동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 사업이란〓서울 송파구 가락동 479 일대 12만3900평에 10∼19평형 6600가구를 헐고 25∼70평형 7500여 가구를 다시 짓는 서울 최대 규모의 재건축 사업. 99년부터 재건축이 추진돼 왔지만 재건축 추진위의 난립과 폭력사태 등 주민간 갈등 심화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2000년에는 주민간 마찰이 법정공방으로 번져 99년 열린 조합 창립총회에 대해 법원이 무효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