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다대 특혜’ 의혹 묻혀버리나

  • 입력 2002년 7월 17일 18시 56분


부산판 수서비리로 알려진 다대지구 택지전환 특혜의혹 사건이 미궁으로 빠져들 기미를 보이고 있다.

부산지법 형사3부(재판장 윤인태·尹寅台 부장판사)는 16일 아파트 사업주에게서 거액의 뇌물을 받고 다대지구를 택지로 전환하도록 부산시 등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운환씨(56·전 민주당 국회의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김씨가 아파트 사업주인 옛 동방주택 대표 이영복씨(52·구속)에게서 5억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이를 뇌물로 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가 94년 당시 부산시 공무원들에게 택지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이씨에게서 받은 5억원을 돈세탁한 점을 들어 “피고인이 검찰 공소사실과 같은 명목으로 돈을 받은 것이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 피고인이 이씨에게서 돈을 받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며 “평소 이씨와 김 피고인의 친밀한 관계 등을 고려하면 의심의 여지는 있지만 의심만으로는 유죄로 판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김씨가 택지전환 로비에 대한 대가성으로 돈을 받았다는 의심은 충분히 들지만 명확한 증거가 부족해 어쩔수 없이 무죄를 선고한다는 의미이며 검찰의 부진한 수사를 꼬집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검찰은 일단 다른 알선수재 사건의 유죄판결로 김씨의 신병을 확보하기는 했지만 명확한 증거없이 언제 뒤바뀔지 모르는 일부 증인의 진술에 의존, 무리하게 기소해 오히려 김씨에게 ‘면죄부’를 준 꼴이 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는 보다 명확한 증거를 제시해 유죄판결을 받아내겠다”고 벼르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한편 부산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분명히 비리의 결과물이 있는데 행위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겠느냐”며 이번 수사와 판결에 큰 불만을 표시했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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