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법조인 '개업실태']'옷벗은 판사' 5명 변호사로

  • 입력 2002년 7월 16일 18시 55분


공직에 근무하는 동안 비리에 연루됐던 법조인들의 변호사 활동을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은 법조인 공직자들의 비리를 근절하는 방안으로 제기된 것이다.

이들이 공직에서 불명예 퇴진한 뒤에도 아무런 제약 없이 변호사 활동으로 부와 명예를 누리게 된다면 공직 비리를 근절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 정의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비리 연루 법조인들이 쉽게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법 규정이 미흡하고 대한변호사협회 등 변호사 단체의 징계도 실효를 거두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이용호(李容湖) 게이트’에 이어 최근 일련의 권력형 비리 사건에 전 현직 검찰 간부들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지만 이들의 변호사 활동을 규제할 제도적 장치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설자리 잃으면 변호사로〓판검사들이 비리 연루 의혹을 받고 무더기로 옷을 벗은 98년 의정부 법조비리와 대전 법조비리 사건에 관련된 5명의 판사는 지금 모두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당시 관례적으로 ‘떡값’을 받은 사실 등이 드러나 퇴직한 8명의 검사도 변호사로 등록했다.

99년 법무부 장관직에서 물러난 김태정(金泰政) 변호사는 옷로비사건의 최종보고서를 유출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됐지만 여전히 로펌의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당시에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는 변호사 활동을 제한할 법률적 근거가 없었다.

유죄가 확정된 경우에만 2∼5년 동안 변호사 활동을 할 수 없도록 제한했던 것. 따라서 일단 개업만 하면 수년 동안 대법원 선고 때까지 법률 업무를 할 수 있었다.

정인봉(鄭寅鳳) 전 한나라당 의원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2년가량 재판을 받으면서도 변호사 활동을 계속한 것도 이런 근거에서였다.

▽변호사 등록 제한 규정 유명무실〓2000년 이후에는 변호사 등록 단계에서 비리 법조인을 제재할 수 있게 됐다. 법조인이 공무원으로 재직 중 형사 소추를 받았을 경우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후 단 1건의 변호사 등록 거부 사례도 없는 것은 변협의 미온적 대응 때문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변협은 지난해 말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돼 사임한 모 고검장에 대한 변호사 등록 사전심사에서 두 달 동안 아무런 판단을 내리지 않아 변호사로 자동 등록할 수 있도록 사실상 ‘방치’한 적도 있다.

이 때문에 변협이 법무부에서 넘겨받은 변호사 징계권을 엄격하게 행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김홍업(金弘業) 전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의 청탁과 관련된 ‘검찰게이트’와 경기 부천시 범박동 재개발 비리 사건 등에 전 현직 검찰 고위 간부들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 상황은 변협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대한변협의 전국 변호사 징계 통계
연도징계건수징계내용
제명정직과태료견책
199314 941
199491251
19955 23
1996122442
199711137
19981445547312
199914 2111
200013 364
200119 595
2002(5월까지)51121
총계246108512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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