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對땅⑮]강남 재건축 ‘노른자위’ 개포 vs 잠실지구

  • 입력 2002년 7월 9일 17시 31분


새 아파트 2만4500여가구로 다시 태어날 서울 송파구 잠실저밀도지구(왼쪽). [동아일보 자료사진] 용적률 문제로 주민과 서울시가 갈등을 빚고 있는 서울 강남구 개포지구. [사진제공 네오넷]
새 아파트 2만4500여가구로 다시 태어날 서울 송파구 잠실저밀도지구(왼쪽). [동아일보 자료사진] 용적률 문제로 주민과 서울시가 갈등을 빚고 있는 서울 강남구 개포지구. [사진제공 네오넷]

서울 송파구 잠실저밀도지구와 서울 강남구 개포지구는 재건축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인 곳. 5층짜리 저층인 데다 강남 요지에 자리잡고 있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 방침에 따라 두 곳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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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지구는 사업성이 뚝 떨어졌다. 재건축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이 주민들의 기대(250% 이상)보다 훨씬 낮은 200% 이하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반면 잠실지구는 일부 단지가 이주를 시작할 만큼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었다. 단기 수익성만을 놓고 보면 잠실의 ‘완승’인 셈이다.

하지만 승부를 속단하긴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장기적으로 아파트 값을 결정하는 요인인 주거 쾌적성, 교통, 교육시설 등의 변수는 여전히 개포지구에 유리하게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개포, 장기투자 바람직〓용적률 변화에 따른 조합원의 손익을 따져보자.

A단지의 경우 당초 용적률을 270%로 가정하고 사업을 진행했다.

이 아파트 11평형의 대지지분은 13.4평. 용적률을 감안하면 11평형을 허물고 전용면적 36.18평짜리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13.4평×2.7).

여기에 발코니 등 공유면적(전용면적의 20%)을 더하면 분양면적은 43.416평. 즉 11평형이 43평형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지난달 서울시가 제시한 이 아파트의 용적률은 175%.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11평형을 허물고 다시 지을 수 있는 아파트(분양면적 기준)는 28.14평으로 줄어든다(13.4평×1.75×1.2).

이를 금액으로 따져보면 11평형 소유자는 용적률이 기대만큼 미치지 못해 1억8331만원의 기대수익을 놓치는 셈이다. 새 아파트의 예상 분양가는 평당 1200만원선이기 때문이다(43.416평-28.14평×1200만원).

그렇다면 개포지구는 투자가치가 없어진 것일까.

LG건설 박순신 과장은 “용적률 하락에 따른 사업성 저하는 개포지구만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재건축 환경이 악화하면 아파트 공급량이 줄고 가격이 오르게 돼 사업성이 다시 호전된다”고 설명했다.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 값이 평당 1200만원을 넘어설수록 손실을 만회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는 것.

또 용적률이 떨어지면 주거 환경은 그만큼 쾌적해진다.

박 과장은 “장기 투자를 고려한다면 개포지구의 매력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잠실, 투자 1순위 부상〓잠실지구는 개포지구와 달리 저밀도지구로 구분돼 있다. 저밀도지구의 허용 용적률은 275% 안팎.

저층 아파트 가운데 이 정도 수준의 용적률은 저밀도지구가 마지막이 될 전망이다.

현재 이주가 진행중인 4단지 17평형 매매가는 4억2000만원. 주택업계에 따르면 17평형 소유자가 새 아파트 33평형을 신청할 경우 추가로 내야 할 돈은 약 5000만∼7000만원이다.

인근 아시아선수촌아파트 38평형이 6억∼7억3000만원선인 점을 감안하면 수익성은 충분하다. 잠실지구가 투자 1순위로 주목받는 이유이다.

잠실 에덴공인 김치순 사장은 “지금 시세가 너무 높다는 평가도 있지만 사업속도가 빠르고 상대적으로 재건축 여건이 유리한 만큼 투자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점은 주의〓용적률과 함께 재건축사업의 수익성을 결정하는 요인은 사업속도이다. 사업이 더디게 진행될수록 금융비용이 늘어난다.

잠실지구는 5개 단지 가운데 4단지를 제외한 나머지 단지는 비슷한 사업단계에 와 있다. 서울시와 송파구는 전세난을 고려해 단지별로 사업승인 시기를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어느 단지가 먼저 사업승인을 받느냐가 관건이다.

개포지구는 용적률을 둘러싼 서울시와 주민간 갈등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재건축 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장기화할 전망이다. 또 잠실지구처럼 단지별로 순위를 매겨 사업승인을 내줄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해밀컨설팅 황용천 사장은 “현재로선 단지별 사업시기가 불투명한 만큼 사업승인 결과를 지켜본 후 투자하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개포지구 vs 잠실지구
개포지구구분잠실지구
시영 (84)10∼19평형1,970가구아파트시영 (75)13∼20평형5,980가구
주공1(82)11∼18평형5,040가구주공1(76)8∼15평형5,390가구
주공2(83)8∼25평형1,400가구주공2(75)13∼19평형3,850가구
주공3(83)11∼15평형1,160가구주공3(76)15,17평형3,280가구
주공4(83)11∼15평형2,840가구주공4(76)17평형2,130가구
3단지 15평형 3억9500만원매매가4단지 17평형 4억2000만원
사업속도 느림(2단지 안전진단 신청, 나머지는 추진위원회 구성)재건축 상황사업속도 빠름(4단지 주민 이주중)
용적률 하락으로 조합원 부담 증가투자 주의점재건축 우선순위에 따라 투자수익 변동
개포초중고, 개원초교 등교육시설풍납중, 잠실고 등
롯데백화점 강남점 현대백화점 서울무역센터점쇼핑시설롯데백화점 잠실점 등
환경 친화적인 중층 단지로 조성발전 전망중대형 2만5000여 가구로 조성 각종 편의시설 확충
( )는 건축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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