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분향소 눈물바다]“천형아, 엄마 한번 불러봐”

  • 입력 2002년 6월 30일 01시 36분


“멀쩡하던 아들이…”[성남연합]
“멀쩡하던 아들이…”[성남연합]
“천형아∼ 천형아, 어디 있어. 엄마라고 한번 불러 봐.”

전국이 한국 축구팀의 월드컵 마지막 경기로 축제를 벌인 29일 오후 ‘서해교전’으로 희생된 해군 장병 4명의 시신이 안치된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통합병원 영안실 합동분향소는 커다란 슬픔에 잠겨 있었다.

조천형(趙天衡) 하사의 어머니 임형순씨가 군복을 말끔히 차려 입고 밝게 웃는 아들의 영정을 가슴에 품고 오열하자 합동분향소는 또 한번 통곡의 바다가 됐다.

분향소를 찾은 유가족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소. 이래서야 어떻게 아들을 군대에 보내겠습니까”라며 울부짖었다. 이날 오후 사망자와 부상자를 태운 공군 헬기들이 병원에 도착하면서 병원 주변에는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오후 5시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뒤 황도현(黃道顯) 하사의 부모가 맨 처음 분향소를 찾아 아들의 영정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경북 의성이 고향인 서후원(徐厚源) 하사의 유가족들은 이날 자정 무렵에야 분향소에 도착했고 아들의 죽음이 믿어지지 않는 듯 군 관계자들을 붙잡고 통곡했다.

윤영하(尹永夏) 대위의 고모도 윤 대위의 죽음을 믿을 수 없다며 조카의 영정을 어루만졌다. “월드컵이 끝나고 돌아온다고 했는데…. 백령도에 혼자 살면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이날 분향소에는 늦은 시간까지 숨진 장병들의 동료와 친지들이 찾아와 고인들의 넋을 달랬다.

한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경 합동분향소로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을 보내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김동신(金東信) 국방부장관도 오후 11시반경 직접 분향소를 찾아 유가족들을 달랬다. 조 하사의 어머니 임씨는 김 장관을 붙잡고 “제발 우리 아들 좀 살려주세요”라며 애원해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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