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업씨 수사 마무리 단계…소환시기 택일만 남은듯

  • 입력 2002년 6월 16일 22시 58분


검찰이 이르면 이번 주말쯤 김홍업(金弘業)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에게 소환을 통보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홍업씨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검찰은 6·13 지방선거를 전후해 홍업씨의 비리 혐의를 입증할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서의 핵심은 홍업씨의 대학 동기인 유진걸(柳進杰)씨가 부도 위기에 처한 모 건설회사의 화의 인가 청탁 명목으로 받은 10억원 중 3억원을 홍업씨에게 전달했다는 관련자 진술. 검찰은 이 진술을 토대로 관련 정황을 속속 확인해 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홍업씨의 대학 후배인 이거성(李巨聖) P프로모션 대표가 검찰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이재관(李在寬) 전 새한그룹 부회장에게서 받은 17억원 중 일부가 홍업씨에게 전달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홍업씨가 측근들을 통해 부정한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들이 포착되면서 수사가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며 “수사팀이 구체적인 소환 일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외적(外的)인 요인도 홍업씨 소환을 재촉하고 있다. 6·13 지방선거 결과 대통령 아들들의 권력형 비리를 단죄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검찰 수뇌부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검찰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그러나 한국대표팀이 선전하고 있는 월드컵 축구가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관계자는 “한국의 16강 진출로 월드컵 열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 아들을 부르면 ‘검찰이 판을 깬다’는 소리가 나올 수 있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홍업씨는 최근 측근에게 “기업에서 부정한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적은 없지만 하루라도 빨리 검찰에 출두하고 싶다”는 심경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