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부천 필 ‘월드컵 16강 딜레마’

  • 입력 2002년 6월 12일 20시 34분


한국 월드컵 대표팀의 선전(善戰)이 거듭되면서 국내 정상급 오케스트라인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반가움 반 고민 반’의 곤혹스러운 심경에 빠졌다.

현재 1승1무로 D조 1위를 유지, 역대 어느 대회보다도 한국팀의 16강 진출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반갑고 기쁜 마음이 그지 없지만 16강 이후 경기 일정에 신경이 쓰이고 있는 것.

한국팀이 16강에 진출할 경우 경기 일정이 올해 부천필의 주요 공연 날짜와 겹쳐 관객들의 발길이 뜸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천필은 18일 오후 6시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구스타프 말러 연주회’를 연다.

어렵기로 소문난 말러의 교향곡 10곡 전부를 1999∼2003년 5년동안 차례로 국내에 첫 선을 보이는 만큼 그동안 단원들이 정성스레 공연을 준비해 왔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한국팀이 속한 D조 1위와 G조 2위 간의 16강 경기가 이날 오후 8시30분에 대전에서 열린다.

한국팀이 조 2위로 진출하면 고민을 덜겠지만 D조 2위와 G조 1위 간의 경기가 열리는 17일에는 부천시립합창단과의 협연 무대(예술의전당)가 맞물려 있다.

이 연주회 역시 월드컵 대회를 맞아 ‘One World Many Voices’란 주제로 공들여 준비해 온 행사.

오래전에 계획된 공연이라 일정을 미룰 수도 없어 그동안 남모르는 ‘속앓이’를 해 왔던 공연 관계자들은 최근 마음을 비웠다.

부천필의 한 관계자는 “공연 못지 않게 우리팀의 승리도 중요하다”며 “공연의 성패(成敗)를 떠나 모두들 이번 무대가 14일 포르투갈전 승리에 이어 16강과 8강 진출을 함께 자축하는 자리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승철기자 parkki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