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씨 해외잠적중 회사돈으로 비자금 써"

  • 입력 2002년 6월 11일 18시 28분


김우중(金宇中) 전 대우그룹 회장이 경영진에서 물러나 해외로 잠적한 기간에 회사돈을 개인용도로 끌어다 썼다는 대우 관계자의 법정 진술이 나왔다.

대우자동차판매㈜ 전 사장 전병희(全炳喜)씨는 10일 김 전 회장에게서 3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최기선(崔箕善) 인천시장에 대한 2차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99년 12월 대우그룹 비서실 이모 이사가 전화를 걸어 ‘회장님이 쓰실 데가 있으니 1억원을 보내라’고 요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전씨는 “지시받은 대로 1억원을 이 이사에게 전달했다”며 “이 돈은 하청업체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 10억5000만원 중 최시장에게 3억원, 민주당 송영길(宋永吉) 의원에게 1억원, 대우그룹 정모 부사장에게 5억5000만원을 전달하고 남은 돈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김 전 회장이 대우경영에서 손을 떼고 해외에 체류하는 기간에 비서실을 통해 개인 비자금을 조달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김 전 회장의 행방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전씨가 이 이사에게 전달한 돈은 대우그룹이 망한 이후 전씨가 별도로 조성한 비자금”이라고 설명했다.

토지 용도변경 대가로 최 시장에게 3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전씨는 지난달 말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김상균·金庠均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차 공판에 피고인 자격으로 나와 “당시 김우중 회장에게서 ‘최기선에게 3개(3억원)만 줘라’는 지시를 받고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대우 측 관계자는 “비서실 이모 이사가 전화를 걸었다는 시점은 이미 대우그룹 비서실이 해체된 다음달”이라며 “김 전 회장에게도 간접적으로 확인한 결과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으며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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