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쓰레기 매립장 民-官대화 결실

  • 입력 2002년 5월 15일 22시 44분


쓰레기 매립장 설치를 둘러싸고 곳곳에서 주민의 반발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경북 청도군이 주민과 힘을 모아 대규모 쓰레기 매립장을 완공해 관심을 끌고 있다.

청도군은 4년간의 공사 끝에 청도읍 원정3리 해발 500m 산 꼭대기에 6만7000㎡의 환경관리센터를 완성하고 이달 가동에 들어갔다.

110억원을 들인 환경관리센터에는 대규모 매립장을 비롯해 소각시설과 재활용시설,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시설 등을 최신 공법으로 설치했다. 쓰레기를 완전히 소각한 찌꺼기는 거름으로 재활용하고 재만 매립한다.

하루 20t의 쓰레기 발생하는 청도군은 앞으로 50년 이상 이 곳에서 쓰레기를 처리하게 된다.

청도환경관리센터도 순탄한 과정을 거쳐 설치된 것은 아니다.

90년부터 매립장 조성을 시작했으나 주민의 반발에 부딪혀 입지선정조차 하지 못했다. 99년 8월 지금의 장소가 매립장으로 최종 선정됐으나 인근 마을 주민은 ‘매립장 반대추진위원회’를 결성해 시위를 벌이며 반발했다.

주민의 반발이 거세자 청도군 환경보호과 직원들은 끊임 없는 설득에 나섰다. 반상회 때마다 찾아가 매립장 설치의 필요성과 안전성을 설득했고 아침 저녁으로 전화를 걸어 주민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했다.

원재곤(元在坤) 환경보호과장은 “설득하기 보다는 빌었다고 하는게 오히려 적합한 표현일 것”이라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원 과장은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더라도 주민은 막연한 불안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며 “수 없이 필요성을 얘기하고 우수한 매립장을 견학시키는 노력을 하니 주민도 조금씩 마음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매립장에서 인근 마을까지의 거리는 5㎞. 주민은 매립장 반대추진위원회를 ‘마을발전추진위원회’로 바꾸었다. 현장을 둘러본 주민은 “걱정을 많이 했지만 이 정도 시설이라면 마음을 놓아도 될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매립장 마무리 공사를 맡은 환경관리공단 한봉수(韓鳳洙·36) 감독은 “쓰레기 처리시설로는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청도군은 매립장 일대에 환경학습관과 생태공원 체육시설을 설치해 매립장이나 소각장이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을 바꿔나갈 계획이다.

청도〓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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