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두연기 홍걸씨의 하루…청와대경호원 호위속 모처잠적

  • 입력 2002년 5월 15일 18시 42분


14일 밤 권력기관들의 ‘연막작전’을 통해 극비 귀국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는 귀국 즉시 청와대 경호실 관계자들의 호위를 받으며 모처에 마련된 숙소로 이동했다. 그는 15일 밤 늦게까지 거처에서 변호를 맡은 조석현(曺碩鉉) 변호사 등과 함께 조사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걸씨는 숙소에 도착한 직후 김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죄송하다”는 뜻을 전했다. 홍걸씨는 다소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였으나 김 대통령은 아무 말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변호사는 14일 홍걸씨의 소재를 숨기기 위해 밤 늦게까지 택시를 4차례나 갈아타며 기자들과 숨바꼭질을 하기도 했다. 그는 강남구 역삼동과 동대문, 청계천 등지로 돌아다니다 2시간여 만에 ‘잠적’에 성공했다.

홍걸씨는 조 변호사와 가진 대책회의에서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씨와의 관계,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한 자신의 입장 등을 소상하게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은 15일에도 홍걸씨의 행방에 대해 “모른다. 우리에게 묻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9시10분경 이범관(李範觀) 서울지검장 주재로 검사장실에서 김회선(金會瑄) 3차장과 차동민(車東旻) 특수2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가졌다.

홍걸씨 측에서 15일 오후까지 출두하라는 요청을 거부하고 16일 출두하겠다는 의사를 굽히지 않았기 때문.

20여분간 계속된 회의에서는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회의를 끝낸 김 차장과 차 부장은 “이미 통보해 놓은 상태니까 기다려 보자”는 말만 했다. 오전 11시 정례 브리핑에서도 검찰은 “홍걸씨 측에서 연락이 없는 상태다. 오후까지 기다려보자”고 했다.

오전 11시반경 홍걸씨의 변호를 맡은 조 변호사는 서울지검 기자실로 전화를 걸어 “홍걸씨의 피로가 아직 풀리지 않은 상태여서 16일 오후 2시까지 출두하겠다고 검찰에 다시 연락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15일 소환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고 오후 6시20분 조 변호사는 기자실에 다시 전화를 걸어 “내일 오전 10시에 출두하겠다”고 밝혔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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